동물 대신 벌레로 항암제 독성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과기연 강경수 연구원팀 개발
1mm 선충… 사람과 유전자 비슷
쥐 등 포유류 대체 가능성 커

포유동물 실험 없이 벌레로 항암제 독성을 실험하는 기술이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시스템천연물연구센터 강경수 선임연구원팀은 예쁜꼬마선충으로 항암제 독성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예쁜꼬마선충은 1mm 정도 길이의 투명한 벌레로 체세포 900여 개, 신경세포 300여 개로 이루어진 단순한 형태다. 사람과 유사한 소화 및 신경기관, 유전자를 가져 동물 실험에 쓰이는 포유류를 대체하리란 기대를 받고 있다. 영국의 생물학자 시드니 브레너는 이 곤충을 활용한 세포 사멸에 관한 연구로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에게 임상항암제 ‘에토포사이드’를 먹인 뒤 행동과 성장 형태의 변화를 관찰했다. 항암제를 먹인 예쁜꼬마선충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길이 생장이 줄어들고, 알이 부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늘어났다. 특히 항암제 투여량을 두 배 늘리면 알에서 부화하는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렸다. 이 항암제는 쥐를 이용한 독성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냈다. 예쁜꼬마선충으로 포유동물 실험을 대체할 가능성을 엿본 셈이다.

실험 기간이 포유동물에 비해 짧은 것도 장점이다. 기존 독성 평가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실험용 쥐 100여 마리를 희생시켜야 한다. 예쁜꼬마선충을 쓰면 일주일이면 평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수명이 3주 정도로 매우 짧은 데다 한 번에 알을 300여 개 낳기 때문에 항암제가 여러 세대에 걸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강 연구원은 “앞으로 항암제 독성평가뿐 아니라 여러 식의약품의 효능을 찾거나 약물 작동 원리를 밝히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독성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환경독성학회지’ 6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동물실험#벌레#실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