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뒤집어야 차별화가 보인다' 젬스트 강종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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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6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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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친구, 그 친구가 좋다는 문구. 과거 한 증권회사의 광고로 쓰였던 것이다. 상식처럼 여겨지는 기존 것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자는 역발상의 의미였다. 다르게 보면 안전하고 확실한 것보다 모험과 실험적인 것을 통해 발전하는 시대 정신을 요구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이밍 헤드셋 시장에 도전 중인 젬스트도 역발상으로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이다. 유행에 민감한 게이밍 헤드셋 시장이지만 흥행 요소만을 쫓지 않고 묵묵히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어서다. 실제로 기자가 접한 이들의 제품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브랜드의 철학과 노하우가 충분히 녹아 있었다. 강종호 젬스트 대표에게 브랜드의 시작과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강종호 젬스트 대표.(출처=IT동아)
강종호 젬스트 대표.(출처=IT동아)

하나의 제품을 완벽히 다듬고 싶어

IT동아 : 젬스트라는 이름이 독특하기도 하고 생소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브랜드 또는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간단히 설명 부탁한다.

강종호 대표 : 처음 시작하기 이전, 기존 소모품 시장에 오래 몸담고 있었다. 여러 유통사들을 거치며 소모품을 다뤄왔는데, 기존 헤드셋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마음이 늘 있었다. 현재 판매되는 헤드셋은 중국에서 완성된 형태를 그대로 브랜드만 붙여 유통되는 구조였다. 나는 이런 제품들을 여럿 들여오는 것보다 하나의 제품을 계속 개량해 원석에 가깝게 만들어가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석의 원석이라는 의미인 젬스톤(Gemstone)으로 상표를 등록하려 했다. 알아보니 이 상표로 먼저 등록이 되어 있더라.(웃음) 그래서 다른 이름을 찾아보다가 젬스톤을 줄여 쓰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젬스트(Gemst)는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IT동아 : 게이밍 헤드셋을 중심으로 한다면 어떤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강종호 대표 : 현재 K11, K11(3.5), K12 등 세가지 라인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 목표처럼 지난해 6월부터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해 그동안 세 번의 개량을 거쳤다. 소비자들에게 알려져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우리는 계속 소비자들과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제품에 반영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건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다.

젬스트의 게이밍 헤드셋 라인업.(출처=IT동아)
젬스트의 게이밍 헤드셋 라인업.(출처=IT동아)

헤드셋에 모듈 개념 도입, 신뢰도 높였다

IT동아 : 제품이 독특해 보인다.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는가?

강종호 대표 :
대부분 헤드셋은 디자인을 중시한다. 그 다음에 착용감이나 음질 등에 신경 쓰는 구조로 간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디자인보다는 착용감과 음질에 중점을 뒀다. 편하고 부위별로 압박감을 느끼지 않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디자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밋밋했지만 이후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LED를 넣기도 했다.

또 다른 차별화라고 하면 유닛과 마이크 감도가 정해진 상태로 설계한다. 하우징에 따라 소리가 다 달라지기에 이를 고려한 조치다. 우리는 유닛도 신중히 골라 채용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게이밍 헤드셋이라도 여러 환경에서 쓰이는 것을 고려한다. 첫 설계부터 이를 고려했다.

IT동아 : 여러 환경에서 쓰이는 것을 고려했다는데, 그렇다면 수리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지 않겠나?

강종호 대표 : 맞다. 게이밍 시장을 겨냥하다 보니까 주로 PC방에 많이 투입됐다. 그런데 우리가 봤더니 90% 정도가 파손되어 돌아왔다. 그렇다 보니 불량률을 낮추는 것에 몰두했다. 문제의 제품들을 살펴보고 공통된 점을 연구했다. 주로 마이크와 이어밴드, 케이블의 경화(굳어짐)가 대표적인 문제들로 파악됐다. 이를 먼저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우선 부품의 모듈화다. 각 부위별로 부품을 구비해 비용을 줄이면서 수리 접근성을 높였다. 다른 사람들은 바꿔주면 좋지 않냐고 묻는다. 맞다. 바꿔주면 편하다. 하지만 오래 못 가는 유통사라면 그것도 버겁다. 우리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기에 모듈화를 시도했다. 이 모듈은 당연히 업그레이드 된다. 3번의 진화 과정 속에서 이 모듈도 업그레이드 되었다.

모듈화의 장점은 업그레이드된 부분을 기존 제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후 서비스도 기존 판매된 제품이 입고되면 업그레이드된 개량 부품으로 교체해 제공한다.

다시, 모듈화를 도입하면서 파손을 최소화하는 재질을 적용했다. 마이크는 잘 휘어지는 재질을 적용해 험하게 다뤄도 파손의 위험이 낮다. 이어밴드도 아무리 휘어도 부러지지 않도록 연질 부품을 적용했다. 케이블은 일반 합성수지가 아니라 연질 내부에 젤을 넣어 밟거나 꼬여도 내부 케이블이 끊어지지 않도록 고안했다.

IT동아 : 이렇게 하면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까?

강종호 대표 :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품질에 초점을 뒀다. 솔직히 말해 이 시장은 현재 가격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 여기를 맞춰 가자면 품질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반대로 품질로 승부하자 마음 먹었다. 게다가 PC방에 주로 쓰이는 3.5mm 케이블 헤드셋들은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 이 제품도 품질로 접근해 판을 바꾸고 싶었다. 품질을 높여 우리 제품을 기준으로 삼게 만들자라는 의욕으로 제품 개선에 몰두했다.

처음에는 제품 가격이 조금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통사들과 상의해서 낮췄다. 가격을 조금 낮추니 시장이 바로 반응하더라. 품질은 그대로지만 가격이 어느 정도 낮아 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합리적이라고 시장이 생각해 준 것 같다.

강종호 젬스트 대표.(출처=IT동아)
강종호 젬스트 대표.(출처=IT동아)

다른 생각으로 접근할 것

IT동아 : 게이밍 헤드셋 이후 다른 것을 구상하고 있는 분야가 있는지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강종호 대표 : 지금 구성하고 있는 헤드셋 라인업을 더 늘릴 예정은 없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계속 개량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주력하고 싶다. 물론 이후 계획이 아주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향후 1~2년 내에 우선 게이밍 기어 라인업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키보드나 마우스 같은 주변기기인데, 헤드셋처럼 다른 생각으로 접근해 차별화를 꾀하고 싶다.

부가장비를 집중적으로 양성해 보자는 생각과 함께 가상현실(VR) 시장도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가상현실 시장은 매력적이다. 현재 가상현실 장비들은 모두 잘 마련되어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콘텐츠가 부족해 보인다.

강종호 대표는 현재 하고 있는 게이밍 헤드셋의 완성도를 계속 높이는 것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언제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소비자 의견이 접수되면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이런 고집과 노력이 지금의 젬스트를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원석을 계속 다듬어 보석을 만들 듯, 지금은 부족한 제품이지만 꾸준히 다듬어 헤드셋의 원석 같은 존재로 거듭나겠다는 그의 노력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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