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에서 심연까지… 바다가 많이 아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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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생태계 파괴 가속화” 연구 잇따라

미세먼지로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청명한 날을 보는 게 힘들 정도다. 그런데 대기뿐만 아니라 바다 속 상황도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간 활동과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생태계 파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가 최근 연달아 발표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엘니뇨 때문에 황폐화할 위기에 처했다. 수심 10km로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에 사는 생물마저 먹이사슬을 타고 온 오염물질에 노출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중해는 제2 수에즈 운하를 타고 건너온 외래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를 잃지 않으려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바다오염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엘니뇨로 생기 잃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


2016년 기록적인 엘니뇨를 겪기 전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는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었다(첫번째 사진). 수온이 급격히 올라 산호 표면에 사는 플랑크톤이 떠나면서 산호가 하얗게 변했다(두번째 사진). 위키미디어·호주 ARC센터 제공
2016년 기록적인 엘니뇨를 겪기 전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는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었다(첫번째 사진). 수온이 급격히 올라 산호 표면에 사는 플랑크톤이 떠나면서 산호가 하얗게 변했다(두번째 사진). 위키미디어·호주 ARC센터 제공
이달 16일 학술지 ‘네이처’ 표지에는 천연색을 잃고 하얗게 변한 산호가 등장했다. 테리 휴스 호주 제임스쿡대 연구원 팀은 2016년 기록적인 엘니뇨로 수온이 상승해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 중 90% 이상이 색을 잃는 ‘산호 백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산호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을 띠는 건 표면에 사는 작은 플랑크톤 덕분이다. 수온이 올라 플랑크톤이 떠나면 산호가 하얗게 변하고, 이 상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산호마저 죽게 된다.

연구진은 항공사진과 수중사진, 해수면 온도 변화를 분석해 지난 20년간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지역 산호초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엘니뇨가 발생했던 1998년, 2002년, 2016년의 세 시기에 산호초 백화현상이 유독 심했다. 특히 2016년이 가장 심했다.

휴스 연구원은 “아직 백화현상에서 안전한 지역은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남쪽 부분”이라며 “해양 생태계의 상징인 산호를 지구온난화로부터 지키기 위해 세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청정구역’ 마리아나 해구까지 오염됐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태평양 심해가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첫 증거도 나왔다. 앨런 제이미슨 영국 뉴캐슬대 해양과학및기술대 연구원 팀은 태평양 10km 해저 두 곳에서 무인 잠수정으로 옆새우를 잡아 독성화학물질 농도를 검사했다. 그 결과 중국의 오염된 강에서 잡은 게보다 수치가 50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해 학술지 ‘네이처 생태 및 진화’ 2월 1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조사한 마리아나 해구와 케르마데크 해구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인간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해 청정한 구역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이곳에 사는 생물에서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을 검출했다. 냉각수와 단열물질에 사용하던 물질로 1970년대에 이미 사용이 금지됐지만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먹이사슬을 타고 상위 포식자로 전해진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죽은 동물이나 플라스틱 쓰레기에 붙어 흘러들어 심해를 오염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흥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생태기반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가 주로 오염됐다면 이제 대양으로 점점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며 “저개발 국가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연안의 자정 능력이 약해진 탓”이라고 말했다.

○ 지중해는 ‘젠트리피케이션’ 중

지중해에선 제2 수에즈 운하 건설로 외래종이 토착종을 몰아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 시나이 반도 서쪽에 건설된 세계 최대 운하로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다. 2015년 기존 운하 옆 제2 운하 공사가 끝난 뒤 홍해에 살던 생물종이 지중해로 건너와 토착종의 터전을 빼앗고 있다.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개발되면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벨라 갈리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스타인하트 자연사박물관 연구원 팀은 두 개의 외래 초식성 어류 때문에 동부 지중해 해조류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학술지 ‘생물침투 관리’ 1월 2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독가시치의 일종인 시가누스 루리두스 등이 해조류 생태계를 파괴했으며 홍해산 홍합이 이스라엘 토착 홍합종을 대체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특히 터키에서 리비아에 이르는 지중해 동부 해양 보호지역의 피해가 심각하며,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변화가 주요 생물종을 위기에 빠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갈리 연구원은 “1970년부터 2015년까지 750여 개 외래종이 새로 들어왔다”며 “지중해는 세계에서 가장 외래종 침략이 심한 해양분지”라고 분석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마리아나 해구#해양 생태계 파괴 가속화#엘니뇨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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