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산타 할아버지, 32시간 안에 지구 한바퀴 문제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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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드는 의문, 과학적 대답

 하룻밤 사이에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해 주는 산타클로스, 하늘을 나는 순록, 선물을 주고받는 따뜻한 눈빛….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그 어느 때보다 꿈과 환상의 분위기에 젖어드는 시기다. 아이들의 순수한 기대와 가족들의 다정한 마음이 세상을 적신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과도하게’ 과학적이 된 것일까? 크리스마스의 환상 속에서도 슬금슬금 궁금증이 고개를 든다. 순수의 시기를 지난 당신의 ‘잉여로운’ 의문에 과학이 답한다.

○ 심야 근무 루돌프, 동물 학대?

 빨간코 전조등을 갖춘 루돌프는 밤에 진가를 발휘한다. 그런데, 순록인 루돌프의 ‘밤샘 근무’는 문제가 없을까? 순록은 주로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한다. 충분히 쉬었다면 밤 근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순록의 눈은 자외선을 감지해 어둠 속에서도 달릴 수 있고, 코는 사람보다 25배나 혈관이 많아 빨리 달려도 머리에 과도한 열이 가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은 순록의 천직인 셈이다.

 문제는 순록의 전반적인 생활환경이다. 지구 온난화로 먹이가 귀해졌다. 순록은 발굽으로 얼음을 깨고 이끼나 풀을 뜯어 먹는다. 지구가 따뜻해져 북극 얼음이 녹아내리고 눈 대신 비가 많이 내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녹았던 물과 내린 비가 그대로 얼어 순록이 깰 수 없을 만큼 두꺼운 얼음이 되었다. 최근 20∼30년 사이 순록 개체 수는 40% 줄어 올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다. 평균 몸무게는 5, 6년 사이 6kg 줄어 49kg에 불과하다. 순록이 마음 편히 선물을 배달할 수 있도록 순록의 환경을 챙겨줘야 할 시점이다.

○ 백발성성한 ‘산타’, 건강은 하신지? 

 지구 표면적은 5억1000만 km², 세계 어린이 수는 20억 명에 이른다.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대략 32시간 안에 지구를 돌며 선물을 나눠줘야 한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 산타클로스가 이런 격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실제로 산타클로스의 건강을 걱정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프랑코 카푸초 영국 워릭대 의대 교수는 “산타클로스가 밤새 일하다 판단력이 흐려져 썰매 사고를 일으키거나 엉뚱한 선물을 배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진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를 권했다. 반면 지붕을 오르내리는 유산소 운동은 적잖은 도움이 된다. 길고 긴 선물 목록을 확인하느라 치매가 찾아올 틈도 없을 듯하다.

○ “산타 정말 있어?”… 뭐라고 답하지?


 작년까지 산타 할아버지를 철석같이 믿던 우리 아이.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는 진짜 계시냐?”며 의심하기 시작한다. 아이의 믿음은 언제까지 지켜줘야 할까.

 크리스토퍼 보일 영국 엑서터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의학 학술지 ‘랜싯 사이카이어트리’에 실린 글에서 “산타클로스와 같은 선의의 거짓말도 부모에 대한 자녀의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모가 줄곧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 왔음을 알게 된 아이는 부모가 다른 거짓말도 하지 않았을까 의심하게 된다. 이는 심리적 안정감이 약한 아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아이는 생각보다 빨리 충격에서 회복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판단될 때 사실을 말해주면 된다. 자녀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부모의 일이다. 보일 교수는 아직 자녀에게 산타의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 X마스 선물 주고 욕먹으면 어쩌지?


 크리스마스의 하이라이트는 선물이다. 하지만 선물을 주고받을 때 은근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주는 사람은 ‘깜짝 선물을 할까?’ ‘이 선물을 좋아할까?’를 걱정한다. 받는 사람은 ‘별론데, 좋은 척해야 하나?’ ‘나는 뭘 해 줘야 하나?’라며 혼란스러워한다.

 최근 학술지 ‘심리과학의 현대동향’에는 ‘선물을 잘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상대의 취향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 누가 보아도 좋을 선물이 낫고 △깜짝 선물은 상대를 부담스럽게 한다.

 결론은 받는 사람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 주는 사람은 상대방이 선물을 풀어본 후 기쁨에 겨워 펄쩍 뛰며 자신을 끌어안는 장면을 상상하지만, 받는 사람은 냉정히 선물의 사용 가치를 계산한다. 정확한 취향 저격을 할 수 없다면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무난한 선물을 무난한 방법으로 주는 것이 낫다.
 
한세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hahn@donga.com 염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지구온난화#산타#루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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