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뜨기-구명 바지-구조 배영’… 피서철 ‘생존수영’법을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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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수상인명구조 교육 받아보니

20일 수원 팔달구 한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바지로 임시 구명도구를 직접 만들어봤다. 바지 양 끝을 잡고 머리 뒤에서 앞으로 팔을 최대한 크게 휘둘러 공기를 채운다.(위쪽 사진) 이후 공기로 부푼 바짓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끼우면 쉽게 떠 있을 수 있다. 수원=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일 수원 팔달구 한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바지로 임시 구명도구를 직접 만들어봤다. 바지 양 끝을 잡고 머리 뒤에서 앞으로 팔을 최대한 크게 휘둘러 공기를 채운다.(위쪽 사진) 이후 공기로 부푼 바짓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끼우면 쉽게 떠 있을 수 있다. 수원=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5m. 땅에서는 열 발자국도 안 되는 거리지만 물속에서 그 거리는 엄청난 공포감을 줬다.

무의식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갔고 금세 숨이 차올랐다.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팔과 다리를 휘저어 물 위로 올라오려고 했다. 물이 입과 코로 들어왔다. 허겁지겁 손을 뻗어 수영장 난간을 잡았다. 실제 물에 빠진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기자는 20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유윤스포츠센터 다이빙풀에서 대한적십자사의 수상인명구조 교육을 체험했다. 먼저 물에 빠졌을 때 생존하는 법부터 배웠다. 강사(장진성 대한적십자사 보건안전팀 과장)는 힘을 안 들이고도 물에 안정적으로 떠 있을 수 있는 일명 ‘해파리 뜨기’를 보여줬다. 엎드린 채 팔다리를 바닥 쪽으로 늘어뜨리고 턱을 가슴 쪽에 붙여 머리를 담그는 자세다. 이때 숨을 쉴 때만 고개를 살짝 든다.

쉬워 보였다. 기자의 수영 실력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배운 게 전부였지만 한번 배운 수영은 몸이 기억한다는 말만 믿고 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발이 닿지 않자 순간 몸이 굳었다. 숨을 쉴 때를 제외하고 고개를 충분히 물속에 담가야 했지만 자꾸만 고개를 들려고 했다. “몸에 힘을 빼야죠.” 강사의 조언대로 두세 번 더 시도한 끝에야 성공했다. 물에 뜨려면 눕기만 해도 되는데 굳이 이 자세를 왜 배워야 하는지 궁금했다. 강사는 “누운 상태에서는 다리에 난 쥐를 풀거나 임시 구명도구로 쓸 수 있는 바지를 벗기 어렵다”고 답했다.

말이 나온 김에 바지로 구명도구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바지 끝을 묶은 후 바지 허리춤 끝을 잡고 머리 뒤에서 앞으로 최대한 크게 휘둘렀다. 바짓가랑이가 공기로 부풀어 올랐다.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끼우니 가만히 있어도 물에 떠 있을 수 있었다. 강사는 “물에 젖으면 무거워지는 청바지보다 면바지가 유용하다”며 “구조될 때까지 힘 안 들이고 오랫동안 물에 떠 있는 게 생사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만약 구조를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강사는 구조 배영을 알려줬다. 양팔을 몸에 붙인 차렷 자세로 누운 채 양팔을 동시에 옆구리를 따라 머리 위로 뻗었다가 날갯짓하듯 발쪽으로 밀어내는 동작이었다. 팔을 물 밖으로 빼지 않고 물속에서만 젖는 게 일반 배영과 달랐다. 그래야 힘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직접 해보니 네 번 정도 팔을 젓자 10m가량 이동했다. 수영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족이나 친구가 물에 빠졌다면. 강사는 “절대 물에 먼저 뛰어들면 안 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페트병, 슬리퍼, 빈 가방 등 물에 뜨는 물건을 익수자에게 던져라”라고 말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뉴스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이날 한쪽에서는 수상인명구조원 자격증 준비생의 교육이 한창이었다. 일반인치고는 수영 실력이 뛰어난 이들도 익수자를 구조하는 훈련만큼은 유독 힘들어했다. 물에 무모하게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이 무겁게 느껴졌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김광연 인턴기자 아주대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생존수영#적십자사 수상인명구조 교육#구명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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