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신약 신속심사, 폭넓은 치료 기회 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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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이진한 기자·의사
이진한 기자·의사
일반적인 상업제품과 달리 사람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은 여러 단계의 심사 과정을 거칩니다. 심사에는 보통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십 개월까지 걸립니다. 하지만 신약이 기존 약에 비해 생존율을 월등히 높이거나 심한 부작용의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기다리는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보다 빨리 신약을 접할 수 있도록 심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신속심사’ 제도입니다.

신속심사 제도는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신약후보물질이 FDA에 의해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면 우선순위 의약품의 경우 표준 심사 주기인 12개월이 아닌 8개월 이내에 심사를 진행하거나 2상만으로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짓습니다.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그만큼 신약의 효과와 이로 인한 환자 혜택이 명백해 보이기 때문인데, 최근 미국에서 신속심사를 받은 신약들을 살펴보면 어떤 신약들이 의미 있다고 가늠되는지 이해하기 쉽습니다.

가령 노바티스의 심부전치료제 ‘엔트레스토’는 그 효과를 인정받아 8개월 만에 신속심사를 받고 지난해 7월에 미국에서 시판을 허가 받았습니다. 이 약은 심혈관계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20% 감소시키는 등 뚜렷한 효과를 입증 받은 약입니다. 국내에는 4월에 도입됐습니다.

최근 또 다른 사례로는 얀센의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 ‘서튜러’를 들 수 있습니다. 수십 년 만에 개발된 이 약은 미국 FDA의 신속심사로 2012년 2상 임상만으로 허가됐습니다. 다제내성 결핵은 전염성이 강하고 약 3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입니다. 약제를 여러 개 복용하는 것 외에 별다른 치료책이 없었는데, 서튜러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서 기존 치료 대비 2배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였습니다. 국내에서는 2014년 3월에 도입됐으며 올해 7월부터 치료비 전액이 건강보험급여 지원이 돼 환자는 무료로 복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선 2001년부터 신속심사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FDA와 마찬가지로 신약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약품 허가 시 필요한 제출 자료의 일부를 시판 후에 제출해 기간을 단축합니다. 의약품에 따라 FDA와 국내에서 신속심사를 받은 의약품은 다르지만, 적시에 의약품을 공급해 국민에게 폭넓은 치료 기회를 보장하고자 하는 의미는 같습니다.

국내에서 최근 신속심사를 받은 의약품은 3년간(2013∼2015년) 희귀의약품, 항암제 등 총 35품목입니다. FDA 및 국내의 신속심사를 받은 의약품은 의료진, 환자의 기대가 크고, 오래 기다렸던 치료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약들을 환자가 조금이라도 빠르게 만나볼 수 있도록 심사 기간을 단축한 만큼 실제 의료현장에서 잘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 및 의료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health&beauty#신약 신속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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