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탐색 중심에 있는 한국-유럽, 경쟁 아닌 협력 관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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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N 콘스탄틴 지우타스 파트라스대 입자물리학과 교수
CERN 콘스탄틴 지우타스 파트라스대 입자물리학과 교수
“암흑물질 발견은 물리학계에 중력파 발견보다도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 중심에 한국이 있습니다. 액시온 탐색에 있어 한국과 유럽은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입니다.”

20~24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암흑물질 분야 세계 최대 국제학술대회인 ‘제12회 파트라스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CERN의 콘스탄틴 지우타스 파트라스대 입자물리학과 교수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지우타스 교수는 CERN에서 ‘액시온 태양 망원경(CAST)’ 실험을 이끌어온 대표 과학자 중 한 명이다.

암흑물질은 보통의 물질처럼 중력작용은 하지만 빛을 내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주의 27%를 차지한다. 지우타스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4.4%에 불과하다. 암흑물질을 찾는 것은 닫혀 있는 창문을 열어 문 밖에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액시온(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아주 가벼운 입자)은 질량이 1~1000μeV 수준으로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다. 그동안 암흑물질 검출 실험의 타깃은 또 다른 유력 암흑물질 후보인 ‘윔프(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물리학계는 액시온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CAPP)을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초고성능 액시온 검출 실험을 계획하면서 한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암흑물질 국가로 부상했다. 앞서 액시온 검출 실험을 해온 미국 워싱턴대 ‘액시온 암흑물질 실험(ADMX)’보다 액시온 검출 확률이 1만 배가량 높다. 4~5배 강한 자기장과 1.4K(약 ¤271.6도)의 극저온 기술 등 성능 면에서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험 가능 횟수도 7배가량 높다. 실험 장치는 1년 내 완공된다.

액시온은 1979년 한국인 과학자인 김진의 경희대 물리학과 석좌교수가 창안한 입자이기도 하다. 지우타스 교수는 “김진의 교수님은 암흑물질 분야의 역사적인 인물이다. 액시온이 시작된 한국에서 김 교수님을 다시 뵙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지우타스 교수는 IBS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CAPP-CERN 공동 연구진의 액시온 검출 실험은 한국의 CAPP에서 진행하는 액시온 검출 실험과 별도로 진행된다. 그는 “CAPP 연구진이 제작한 실험 장치가 이달 초부터 CERN에 설치되기 시작했고 현재 시운전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실험은 8월 말부터 향후 5년 간 진행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액시온 검출에 두 연구단의 기술과 인적 자원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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