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간세포 아시아 최초 상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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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분화시켜 만들어 신약 개발 독성 검사에 필수 요소
中에 5년간 13억 원어치 공급 계약… 미국, 유럽 2개 기업만 기술 보유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인 넥셀이 상용화한 간세포 제품. 줄기세포를 간세포로 만드는 데 필요한 값비싼 일부 성장인자를 화합물로 교체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넥셀 제공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인 넥셀이 상용화한 간세포 제품. 줄기세포를 간세포로 만드는 데 필요한 값비싼 일부 성장인자를 화합물로 교체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넥셀 제공
김종훈 교수
김종훈 교수
국내 연구팀이 모든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인간의 전분화능 줄기세포로 만든 간세포를 아시아 최초로 상용화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인 넥셀은 지난달 22일 중국 정부 산하의 국가연구기관인 약용식물연구소 본원과 5년간 13억 원 규모의 간세포 판매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넥셀은 2014년 김종훈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팀에서 간세포 제작 기술을 이전받았다. 줄기세포로 만든 간세포를 해외에 정식 수출한 것은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넥셀 측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중국에 간세포를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간세포는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을 검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간세포로 직접 실험하는 만큼 동물실험에서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신약 후보물질에 함유된 성분이 간에서 어떤 물질로 분해되는지, 어떤 효능과 독성을 내는지 직접 관찰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신약 개발 단계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임상시험에 돌입하기 전 간세포를 이용해 신약으로의 성공 가능성을 적은 비용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일차적으로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전 세계 간세포 공급은 미국의 CDI와 유럽의 셀라티스(Cellartis) 두 기업이 독점해왔다. 이번 수출 성사로 이들의 독점적 지위가 깨지게 됐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지원하는 일본의 후지필름과 다카라가 최근 이 두 기업을 각각 사들이면서 향후 간세포 시장은 아시아가 주도하게 됐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로 간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 단계에 들어가는 성장인자를 화합물로 대체한 게 우리 기술의 장점”이라며 “고가의 단백질인 성장인자를 화합물로 대체해 간세포의 품질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지금까지 간세포 약 1000만 개가 들어있는 배양접시 1개를 수입하는 데 250만∼350만 원이 들었다. 김 교수는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중국 약용식물연구소 분원 7곳으로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줄기세포선도연구팀 육성사업 총괄)는 “우리의 분화 기술력이 해외에서 인정받은 셈”이라며 “향후 환자 개인별 맞춤형 독성 검사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줄기세포#고려대#간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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