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들 물리학 교수 “6600만 년전 공룡 멸종시킨 것은 바로 ‘이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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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랜들 교수. 사진 동아DB
리사 랜들 교수. 사진 동아DB
“66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혜성을 지구로 끌어당긴 원인이 암흑물질일 수 있습니다. 암흑물질은 우리와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닙니다.”

암흑물질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리사 랜들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54)는 저서 ‘암흑물질과 공룡’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14일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랜들 교수는 “우리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암흑물질이 우주의 역사에는 물론 지구에 사는 생물들의 흥망성쇠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랜들 교수는 여성 이론물리학자로서는 최초로 하버드대에서 종신교수직을 받았다. 2007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했다. 랜들 교수가 오늘날 손꼽히는 이론물리학자가 된 것은 우주와 차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1999년 동료 학자와 함께 발표한 ‘랜들-선드럼 모형’ 덕분이다.

이날 랜들 교수는 “더 이상 이름에 현혹돼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신비의 대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며 “이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암흑물질이 눈에 보이지 않고, 중력을 제외한 우리가 알고 있는 힘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투명 물질’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암흑 물질은 우주에 우리가 그 정체를 알고 감지할 수 있는 물질보다 5배 이상 더 많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암흑물질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2012년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는 물론 국내 연구진도 암흑물질을 찾기 위해 나서고 있다. 랜들 교수는 “윔프든, 액시온이든 현재 거론되는 여러 암흑물질의 후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해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일상생활과 멀리 떨어져 보이고, 증명을 위해선 큰 비용이 들기도 하는 연구를 왜 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그는 “오늘날 유전자(DNA)에 대한 연구는 불치병과 암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처음 DNA를 연구할 때만해도 이런 쓰임새가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과학은 본능적으로 갖게 되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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