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시티 대구]“대구 ‘메디밸리’에서 세계적 의료기기 전문기업 꿈 키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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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산업의 중심 메디밸리
의료산업 시설-인력 기반 탄탄…대구시도 기업 유치에 정성 쏟아
의료복합단지-의료R&D지구에 의료기기 벤처사 등 몰려들어
현재 106개 기업-기관 둥지

메디밸리 의료R&D지구에 지난해 입주해 꿈을 키우고 있는 이노벡테크놀러지 이상규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 메디시티 대구가 발전하는 데 힘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메디밸리 의료R&D지구에 지난해 입주해 꿈을 키우고 있는 이노벡테크놀러지 이상규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 메디시티 대구가 발전하는 데 힘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에서 새로 시작한 회사가 크게 성장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듭니다.”

대구 동구 첨단의료복합단지(메디밸리·Medivalley) 의료연구개발(R&D)지구에 있는 이노벡테크놀러지㈜. 이상규 대표(43)는 23일 “대구에서 1년 동안 기업을 해보니 느낌이 아주 좋다”며 “회사를 키워 대구가 세계적인 의료산업도시가 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8년 경기 안양시에서 직원 5명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홍익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의 한 진공기기업체의 한국지사에 10년가량 근무하다 창업했다. 반도체 제조과정에 필요한 진공부품장치를 납품했다. 4년 동안 꾸준히 매출이 늘었지만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진공기술을 축적한 만큼 진공멸균기 같은 의료기기 제조업에 관심을 가졌다.

이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여러 측면을 면밀히 살펴본 뒤 대구를 선택했다. 의료산업 분야 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대구시의 적극적인 기업 유치 의지도 한몫했다. 박정문 기술개발이사는 “2013년 봄 공장 입지를 구하기 위해 전국 여러 지역에 전화를 했는데 대구시가 가장 적극적이었다”며 “의료산업 부서 직원들이 자세하면서도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 호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메디밸리에 피어나는 기업의 꿈


대구시 의료산업 부서는 이노벡테크놀러지에 다시 전화를 걸어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중심으로 대구의 의료산업 기반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이사는 “‘메디시티 대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뭔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구 현장을 둘러본 뒤 확신이 들어 회사를 이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공설비는 삼성전자 등에 납품을 계속하지만 대구에서는 진공멸균기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쌓고 있다.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6개월째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진공 멸균소독기는 병원에서 수술기구를 소독하거나 소방서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경우 등에 사용된다. 18명이 근무하는 이노벡테크놀러지의 올해 매출은 60억 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바로 옆에 있는 의료복합단지의 의료기기시험센터에서 의료용 제품을 신속하게 검증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며 “이런 기반이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인 엠아이텍과 공동으로 진공기술을 활용한 피부치료기를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130억 원을 투자해 의료기기업체로서 경쟁력을 쌓아갈 계획이다.

벤처기업이지만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입사한 직원들은 이노벡테크놀러지의 큰 자산이다. 한영길 주임연구원(31)은 경북대 전자공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해 12월 입사했다. 대학원에서 의공학을 전공한 한 연구원은 멸균기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연구한 내용이 실제 제품으로 생산돼 의료기관 등에서 활용되는 모습에 책임을 느낀다”며 “회사가 탄탄한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화장품 주문자 위탁생산 분야 우량기업인 튜링겐코리아㈜도 조만간 의료연구개발지구에 120억 원을 투자해 본사와 연구소, 제조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내년에 공장을 가동하면 현재 하루 2만 개, 월 60만 개인 제품생산 규모를 하루 20만 개, 월 600만 개 수준으로 10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04년 설립한 이 회사는 경북 청도에 본사와 연구소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 후 15년 동안 기능성 화장품 분야에 연구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직원 33명이 현재 100억 원 규모의 연매출을 올린다. 미국 중국 태국 등 13개국에 수출이 늘면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강연자 대표(51)는 “의료연구개발지구의 여건이 좋아 회사가 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계 수준의 화장품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의약품 분야의 선두권 기업인 휴먼허브㈜는 7월쯤 의료연구개발지구에 연구소와 공장을 착공한다. 2004년 경북 경산에서 의료용품 한약재 생산 기업으로 출발했다. 현재 전국 3570여 개 한의원과 한방병원에 한약재를 공급하고 있다. 직원은 30명이며 연매출은 140억 원 규모이다. 미국 중국 베트남에 판매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휴먼허브 한약재연구소는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있는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응용기술센터와 신약개발지원센터 등을 통해 복용이 편리하고 안전한 한약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운호 대표(51·한국한약산업협회 부회장)는 “의료단지 연구개발 기반을 최대한 활용해 한방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대전의 선병원재단은 조만간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선치과병원 기업연구소를 설립한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과 선치과병원은 올해 3월 인체맞춤형 치료물 의료산업 육성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하루 만에 보철 치료가 가능한 3차원 디지털 시스템 연구를 통해 장비 국산화와 함께 보철치료물 제작시간을 기존 2, 3시간에서 10분 내로 줄이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선경훈 선치과병원장은 “치과 치료와 디지털 기술의 만남으로 선치과병원이 ‘디지털 치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의료산업을 위한 뛰어난 환경

현재 대구혁신도시 내 의료단지 중 첨단의료복합단지에 49개, 대구연구개발특구의 의료R&D지구 57개 등 모두 106개 기업 또는 기관이 입주했거나 입주할 예정이다. 의료복합단지에는 주로 연구 시설이, 특구지구에는 주로 제조업체가 들어서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에는 △한국뇌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의료유전체연구소 △국가바이오이미징센터 △실험동물자원은행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동성제약 △제이에스테크윈 △세신정밀 △의료기술시험훈련원 △K-메디컬센터 △신약개발지원센터 △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 △루트로닉 △대우제약 △쎄텍 △커뮤니케이션센터 △한국메디벤처센터 △3D융합기술지원센터 △사이언스빌리지(연구원기숙사) △엔도비전 △한국파마 △한국전통의학연구소 △인성메디칼 △한림제약 △유니메딕스 △임상시험센터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의료R&D지구에는 △석문전기 △마이크로엔엑스 △시스원테크놀러지 △씨엠테크 △보원덴탈 △한의 △레이월드 △대류 △한아IT △우성티오티 △한국센서 △젠탑스 △금룡테크 △제이디자인웍스 △벡트론 △비젼사이언스 △에인에이 △성도테크 △유바이오메드 △올인마켓 △대일산업 △이노벡테크놀러지 △대원GSI △하이센서앤로봇 △오상테크 △E.O.S △공성 △라파바이오 △하이로시 △파인메딕스 △케이엠에프 △덴티스 △알앤유 △덴스타 △신라시스템 △에이케이메디 △우창엔지니어링 △일에스티플랫폼 △크레템 △토탈소프트뱅크 △젬텍 △스페이스 △덕산코트랜 △대경하이테크 △올소테크 △제이에스테크윈 △메가콤 △세양 △인더텍 △명문덴탈 △성모의지 △아이엠티코리아 △엔젤테크 △메디피아앤씨 등 많은 의료기업이 둥지를 마련하고 성장하고 있다.

의료복합단지와 의료연구개발지구의 현재 분양률은 65% 수준이며 내년까지 8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단지의 확장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메디밸리가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는 의료기반 등 대구의 투자환경이 좋은 데다 대구시가 이를 적극 활용해 기업 유치에 정성을 쏟기 때문이다. 의료기반은 지역 대학의 227개 의료 관련 학과에서 국내 전문인력의 20%를 배출하고 있다. 11개 의대 및 약대를 포함해 48개의 의료연구개발 기관이 있다.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에 중요한 기반인 4세대 방사광 가속기(포항)도 활용할 수 있다. 의료복합단지가 있는 혁신도시에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감정원 등 11개 기관이 이전했다. 초례산 자락에 자리 잡은 혁신도시는 연구와 기업, 주거 환경이 매우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대학 의료기관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대구시는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한의대 등 대구지역 5개 기초의과학연구센터(MRC)에 올해 544억 원을 투자해 신약개발 기반을 넓힌다. 홍석준 대구시 미래산업추진본부장은 “메디시티 대구 선포와 함께 유치한 첨단의료복합단지가 튼튼하게 성장하도록 7년 동안 정성을 쏟았다”며 “연구개발 환경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하나씩 열매가 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메디시티 대구#메디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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