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미세한 구멍이 뚫린 표면을 이용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베타세포’를 잘 분화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김종훈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팀은 김동성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체내 환경을 모사한 나노 구조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췌장베타세포로 분화시키는 효율을 4배 높일 수 있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구멍의 크기가 다양한 나노 표면을 만든 뒤 그 위에서 줄기세포가 췌장베타세포로 분화하는 효율을 관찰했다. 그 결과 구멍의 크기가 2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일 때 분화 효율 31%로 분화가 가장 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평한 일반접시에서 분화시킬 때 7%였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높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포옹 등 스킨십을 하면 특정 호르몬(도파민)이 분비돼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것처럼 세포도 외부의 자극에 대해 화학적 신호 변화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세포가 작은 구멍이 많은 나노 구조를 만날 때 발생한 자극 때문에 세포 내부에서 ‘TAZ’ 인자의 발현이 줄고 연쇄적으로 ‘PDX1’이라는 인자가 증가해 췌장세포로 분화가 잘 일어난다는 신호 전달 메커니즘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종훈 교수는 “물리적인 구조를 바꿔 줄기세포가 잘 분화되게 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의 분화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만큼 치료 비용을 낮춰 당뇨병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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