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구]지카와 감염병, 방역 맹점을 막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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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
이종구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
가슴을 쓸어내릴 놀람이랄까. 짧은 유행이지만 초기 대응 문제가 지적된 작년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떠올린 한 주였다. 지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질병 성격이 달라 작년 대책만으로는 어렵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무증상이 대부분인 이 바이러스는 브라질에서 소두증 유발 태아 감염 원인으로 추정됐다. 그러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보건위기를 선언했다.

에볼라에 이어 또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손발 없는 WHO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다시 입증되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발견되어 아프리카에서 남태평양 야프 섬으로 전파가 확인된 2007년까지 환자 14명만이 보고됐다. 조그만 섬 인구의 73%가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지만 남미에서 유행이 확인되고서야 관심을 끌었다.

브라질은 올 2월 국가위기를 선포했다. 모기 구제(驅除)에 군인들까지 동원해 가가호호 방문하고 있다. 주거 환경이 나쁜 저소득층에 대한 환경 개선도 과제로 떠올랐다. 모기와 무증상 환자들에 의해서 은밀히 확산되었다는 점이 대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한국의 맹점을 파고들지 모른다. 그래서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는 작년 10월부터 메르스 같은 해외 유입 감염병과 그로 인한 병원 감염 예방을 위해서 53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중 17개는 작년 말로 완수하였고 올 상반기까지 16개 과제를, 하반기까지 20개 과제를 끝내려고 한다.

그런데 보완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국민 홍보가 더 필요하다. 첫 환자에서 보듯이 무증상 기간이 길어 검역망을 빠져나갔다. 여행하는 개개인의 예방이 핵심이다.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유행 지역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긴소매와 긴바지를 착용하고, 모기장을 사용하도록 계속 홍보해야 한다. 낮에도 물리고 노출된 손목, 발목도 물리기 쉬워 방역 수칙을 지키기 어렵다. 임신을 앞둔 여성이나 임신부는 여행을 제한해야 하는데 지켜질지 걱정된다. 여행자에게 확산 정보를 신속히 알려야 하는데 WHO 발표만 기다리다 뒤통수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의료인 교육도 필수다. 첫 지카 환자는 감기 증상이라 의료진도 알기 어려웠고 신고도 신속하지 못했다. 1차 의료 의사에게 모든 열나는 환자가 방문한다. 환자로부터 정보를 캐내는 의료진에게 신속한 정보 제공은 중요하다. 의사의 의심이 곧 예방이다. 다행히 메르스와 달리 접촉 감염이 아니라 조금 늦는다고 공중보건학적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새로운 감시망도 필요하다. 토착화는 어렵지만 산발적 유행에 대비해서 병을 옮길 수 있는 흰줄숲모기의 분포와 생태를 알아야 한다. 도시와 집 주위의 물이 고이는 곳이면 이 모기가 다 발견될 수 있다. 모기 채집을 농촌 중심에서 도시 중심으로, 야간 채집을 주간 채집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모기에 의해 옮겨지는 토착 일본뇌염, 상륙 가능성이 있는 뎅기열, 웨스트나일병에 대한 감시망도 다시 짜야 한다.

국내 전문가가 부족한 것에 대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신종 감염병 대책은 항상 미흡하다. 무슨 질환이 어디서, 언제 올지 잘 모른다. 매번 예측이 틀렸다. 2014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에볼라 대책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만큼 준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조사, 연구와 치료 인력을 키워야 한다. 신종 바이러스가 우글거리는 아프리카, 남미 등에 안테나 역할을 하는 예방과 치료 전문가를 보내고 관련국과의 협력을 넓혀 나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억 달러 지원을 발표한 지난해 국제보건안보 서울선언은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유용할 것이다.

이종구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
#지카바이러스#감염예방#보건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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