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가 예측한 ‘2045년, 4가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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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11월호/新東亞 창간 84주년 특별기획 | 2·0·4·5 광복 100년 대한민국]
700층 사무실의 느린 사색…인간 대신 욕망하는 인공지능
#1 통일된 경제·과학 강국…‘한국 1위가 세계 1위’
#2 느림, 사색, 여유의 ‘경쟁금지특별구역’
#3 석유 에너지 고갈…막 내린 탐욕의 시대
#4 Mars-K에서 우주 탐구…‘무한풍부우주시대’
일러스트 · 박용인
미래학자는 미래를 가능미래와 선호미래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예측한다. 가능미래는 올 것 같은 미래이고, 선호미래는 왔으면 하고 바라는 미래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바라는 미래가, 올 것 같은 미래로 믿어지는 경우다. 이런 사회의 시민들은 자신감 있고 진취적인 삶을 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바라는 미래와 예상되는 미래는 다르다. 올 것 같은 미래는 원하는 모습이 아니고, 원하는 미래는 올 것 같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면 부정적인 사회 변화가 나타난다. 비과학적인 예언서가 난무하거나, 삶을 체념하는 사람이 증가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살하거나 다른 나라로 떠난다.

미래 예측을 두고 한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회구성원이 바라는 미래 사회를 파악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짜서 실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것은 다양한 미래를 예상해보고 각각의 경우에 바람직한 미래상을 가정한 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다.

가능미래 vs 선호미래


첫 번째 전략은 우리가 짜본 적이 있다. 1960~70년대에 우리는 선진국이 되자는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고자 힘을 모았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제 이 전략은 사용하기 힘들다. 한국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모르고 있거나, 있더라도 이전의 비전과는 매우 다르고 다양하다. 따라서 국가 단위의 획일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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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전략은 우리가 짜본 적이 없다. 다양한 미래를 가정한 적도, 각 미래에 맞는 사회상을 예측해본 적도 없다.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더 성장할지, 덜 성장할지의 미래만 내다봤을 뿐이다. 예컨대 경제성장이 멈추거나(제로 성장) 또는 다른 성장을 중시하는 사회를 가정하고 그 사회가 지금 사회의 문제(예컨대 경쟁지상주의나 양극화 기반의 경제성장 등)를 풀어낼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을 상상해본 적은 거의 없다.

앞으로 제시될 4가지 미래는 두 번째 전략의 관점에서 유용하다. 4가지의 다른 가정에서 출발해 각각의 미래가 현재 사회의 어떤 문제를 풀어낼 단서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4가지 미래는 인구, 경제, 환경, 에너지, 문화, 과학기술, 정치 등 7가지 변화의 동력이 각기 다르게 작용해 형성된 미래다. 예컨대 인구의 증가, 정체, 대폭 감소, 변형인구(인공지능 로봇, 유전자 변형 인간)의 등장 등 4가지 가정에서 벌어질 미래를 예상해볼 수 있다.

4가지 미래는 추상적이고 요약적인 미래상이다. 실제 우리가 30년 뒤 마주할 미래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더 원하느냐, 그 미래를 위해 현재 어떤 자원을 가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4가지 중 하나가 지배적인 형태를 띨 것이다.

◇ 첫 번째 미래

2045년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경제와 과학 강국, 통일, 다문화, 작은 정부, 메가시티다. 통일된 한반도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미국, 중국, 인도, EU에 이어 세계 5위다. 2025년 한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한 뒤 북한의 낙후된 지역을 개발한 결과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유라시아 자기부상열차는 평양을 지나 중국 각지로 흩어지며, 러시아와 유럽까지 승객을 실어 나른다. 이 열차는 아시아와 유럽을 지역적으로 이을 뿐 아니라 지역의 평화유지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외국인의 유입도 많아 2045년엔 1억 명이 한반도에 거주한다. 서울은 초거대도시로 발달해 700층이 넘는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인구의 20%는 외국인으로 아시아는 물론 북미,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졌다. 북한의 남포, 개성, 나진 등도 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한국이 경제 강국이 된 것은 첫째가 기업가의 활약, 둘째는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력 덕분이다. 초등학생이라도 사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업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지원하는 투자자들은 다양하다. 무형자산의 사업적 가치를 알아주고 시장성을 평가하는 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외국인이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한국을 찾는다. 서울은 기업이 내야 하는 세금의 비율도 매우 낮아 사업가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많은 기업인이 사업을 통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기에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좋다. 대학생의 70%가 장래의 꿈을 기업인이라고 밝힌다. 한반도 10대 기업가들의 모임인 한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외 중요한 정책을 결정한다. 이들을 곁에서 지원하고 때론 세계 기술의 표준화를 이끌어내 세계적인 기업들을 탄생시키는 최고의 그룹이 과학기술인들이다. 한국은 바이오와 의료, 나노, 로봇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격차’를 인정하는 사회

다문화 그룹의 약진도 눈에 띈다. 1990년대 이후 급격하게 유입된 외국인의 2, 3세들이 국내 경제계와 정치계까지 활발하게 진출해 한국을 발전시킨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고,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은 생존력이 더해져 무엇이든 사업화하고 이를 추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의 활약은 한국인 토종그룹과 갈등을 빚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외국인 범죄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다문화 2, 3세들을 부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요인이다. 반면 한국 사회에 새로운 소외계층과 약자층을 형성하는 외국인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거나 인권이 유린되는 것은 극복해야 할 문제다.

2045년 한국과 2015년 한국을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꼽자면 ‘격차’라는 단어에 대한 달라진 해석이다. 사회적, 경제적 격차는 2015년 당시 매우 부정적인 단어로 사용됐다. 경제성장의 결과가 소득의 양극화, 기회의 양극화, 교육의 양극화로 나타나자 시민들은 경제성장의 효과(예컨대 낙수효과)를 부정하게 됐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양극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런 격차가 눈에 띄게 클수록 사회 구성원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며 이는 결국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국가 간 경쟁체제에서 승리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1위면 세계 1위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격차가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은 격차가 벌어지는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져서다. 경쟁에서 진 사람은 실력으로 졌다고 깨끗하게 인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인다. 정책가들의 목표는 이런 공정한 격차 시스템에서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는 비율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도 부(富)의 세습엔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쏠린다.

◇ 두 번째 미래


2045년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느림, 여유자본, 제로성장, 놀이, 지역자치 등이다. 이런 키워드가 한국을 대표하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경쟁지상주의, 과도한 결과주의, 무분별한 소비, 환경오염, 삶의 질 저하, 소외계층의 확산, 공동체의 붕괴 등 21세기 초반 한국 사회에 닥쳐온 문제는 심각했다. 날로 치열해지는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체제에서 시민들은 생존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바쁜데 무엇을 위해 바쁜지 알 수 없었다. 행복하지도 않았고, 시도 때도 없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살률은 세계 최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였다.

2045년 한국은 서울만 놓고 보자면 과거와 별다를 게 없다. 서울을 빠져나가 지방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람이 증가해 서울 인구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경쟁지상주의와 소비를 통한 경제성장, 화려한 이력과 학벌, 그리고 집안 배경 등을 고루 갖춘 엘리트들이 사회를 유지하고 이끌어간다. 그러나 서울을 벗어나면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게 과연 2045년의 한국 사회일까 싶을 만큼 외형적으로는 낙후돼 있다. 그러나 새로운, 낯선 실험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전남 신안군에서 시작된 경쟁금지특별구역에선 모든 경쟁이 금지된다. 학교에선 학생들의 성적별 순위를 매기지 않으며 기업에선 인사고과가 사라졌다. 학생이나 직장인 스스로 공동체의 목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한다. 주기적으로 모여 자신의 성과에 대해 자랑하고, 그 성과에 대해 서로를 칭찬하거나 격려한다. 이런 성과가 전체 조직이나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적에 얼마나 기여하고 얼마나 변화를 일으켰는지는 공개되지만, 이를 토대로 개인에게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스스로 보람을 느낄 뿐이다.

사색하는 인간의 시대


경남 하동군은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이후 오랫동안 ‘느림의 마을’이라는 비전을 발전시켰다. 느림의 철학을 공유하고 교육용 정원과 채소밭을 마련했다. 청소년, 장애인, 노인을 위한 안전한 이동 및 통행을 위한 계획이 수립됐다. 학교와 공기업을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망도 완비했다. 8차선 도로에서 양쪽 끝의 한 도로만 자동차가 달릴 수 있다. 나머지 도로에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특정 지역에 국한해 자동차의 유효 속도를 법적으로 6㎞/h로 정한 곳도 있다. 이 속도라면 보행자의 걸음걸이와 비슷하다. 주민들의 건강은 어느 시대와 비교해도 좋아졌다.

대전의 직장인들은 근무시간 50% 단축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근무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더욱 많이 창출하고, 이를 통해 각자는 느림의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확보한 사람들은 조직이나 지역의 리더로 추앙된다. 지역의 소규모 상점이나 영세 상인을 보호하는 협약과 정책을 시행하며, 재택근무는 일반화해 있다.

중앙정부는 외교와 국방을 책임질 뿐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알아서 한다. 지역 공동체가 발달하면서 시민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정치에 참여하고, 정책 결정도 스스로 한다. 의료, 복지, 치안 등 일상과 관련된 분야의 정책들은 주민들의 직접 투표로 결정된다. 지역 대표들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적절하게 해결하도록 토론회를 열고 의사결정의 전 과정을 조직하는 데 관여한다. 지역 대표는 지역 주민들이 해마다 돌아가면서 맡는다. 지역 대표를 맡았다고 돈이 생기지는 않지만 명예로운 일로 여기고 기꺼이 그 책임을 진다.

◇ 세 번째 미래


2045년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보존, 쇄신, 생존 에너지, 자연과 균형, 정부 통제, 안전사회 등이다. 21세기 초반 세계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자 한국 산업계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석유자원이 정점(peak)을 넘어섰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대체 에너지 개발이 부진하자 값싼 에너지로 유지되던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됐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변화로 예측할 수 없는 홍수와 가뭄이 지구촌 곳곳에서 삶의 터전을 망가뜨렸다.

세계 각국은 새로운 규약을 만들어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 위협에 대비하기로 뜻을 모았다. 끝없는 소비를 통한 경제성장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가 간 상품의 이동이나 돈의 이동을 규제하기로 했다. 모든 물품에 높은 환경세를 도입해 물건을 생산한 만큼 환경을 오염시킨 대가를 치르게 했다. 국가 간 사용할 수 있는 석유자원의 한도도 정해 그 이상은 소비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개인이나 조직은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정해놓고, 그 에너지를 사용하려면 그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했다. 예컨대 개인이 1kW의 전기를 쓰려면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의 전기 생산 도로를 일정 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달려야 한다.

보존사회 프로젝트

2015년과 비교해 2045년 한국의 가장 큰 특징은 북한과의 협력이다. 남한의 쇄신당은 북한의 노동당과 손을 잡고 한반도 전체를 에너지 고갈과 환경파괴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거대한 ‘보존사회’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했다. 과거 개발과 소비를 명목으로 파괴한 삼림, 자연환경, 지역 문화, 어종 등을 선별해 보존하기로 했다. 또 각 지역별로 자원을 더 적게 사용하면서도 일의 효율은 비슷하거나 높이는 최고의 방법을 도출하고, 이를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의 고체 폐기물 및 특수 폐기물은 엄격하게 분리 수거되며 농업에선 유전자 변형물질 사용이 금지됐다. 다양한 생물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된다.

교육 부문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한정된 자원과 일자리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많은 대학이 문을 닫은 탓도 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진학을 포기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아 일찍 사회로 나가는 학생이 증가했다. 대학원은 소수의 뛰어난 학생만 받아 환경오염과 에너지 고갈 문제를 획기적으로 풀어내는 과학기술을 연구하도록 훈련한다.

귀농 인구의 증가로 도심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도시는 도시 나름대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예술 분야의 개인들이 적은 유지비용으로 도시에 거주할 수 있도록 시 정부는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을 제공한다. 이 주택들을 관리하는 기관은 각 지역 비영리기구들이다. 지하방이나 옥탑방, 최저주거기준이 미달된 주택 등은 지역 정부가 주거복지지구로 지정, 해당 지구에 대한 지원을 제도화했다.

◇ 네 번째 미래


2045년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포스트 휴먼, 인공자연, 화성 인류, 무한 풍부, 새로운 소외 등이다. 2045년 인구 센서스 조사에서 새롭게 추가된 항목이 눈에 띈다. 조사 대상자의 신원을 묻는 질문에 유전자 변형 인간, 트랜스 휴먼, 인공지능 로봇, 아바타 등이 추가됐다.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도 가상현실, 해저, 화성(Mars), 인공위성 등이 추가됐다. 점차 다양해진 사회 구성원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과학기술이 이끌어가는 사회가 형성된 것은 인공지능과 우주공학의 발전 덕분이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 모든 것을 연결하는 인터넷, 뇌과학 등은 인공지능 분야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기계들은 셀 수도 없는 양의 데이터를 흡수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2040년 기계는 사람과 소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들과 잘 지낸다면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더 큰 힘을 얻었다. 일부가 우려하던 것처럼 인공지능의 인류 생존 위협은 아직 보고된 바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 발전에 의한 의사결정과 이에 대한 책임성 문제에 대한 논란은 심각하다. 비록 기계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더라도 그 결과의 책임은 인간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균형


인공지능을 탑재한 머신으로 생산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자 인간이 갖춰야 할 능력은 예전과 달라졌다. 이 시대에 인재는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인간밖에 할 수 없는 영역과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영역 사이의 균형을 잘 관리해나가는 능력도 중요하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교는 Mars-K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화성 거주에 필요한 훈련을 받는다. 화성에서 생존하며 우주를 탐구하고, 다양한 포스트휴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공부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언어, 역사, 수학, 지리 등을 배우지 않는다. 교실, 선생, 학생, 교과서, 참고서는 학교에서 사라졌고 배움자, 인공지능 게임, 심리반응적 물질로 구성된 초공간 건물 등이 있을 뿐이다.

인공자연이 익숙한 시대에 남북한이 물리적으로 분단돼 있다는 사실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남북한의 대중은 가상 공동체에서 활발하게 만나고 있으며 이곳에서 정치적 지도자를 선출한다. 가상 공동체에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하는 안드로이드와 함께 공공정책을 결정한다. 경제는 나노공학과 핵제어 기술의 발달로 무한 풍부의 시대를 맞고 있으며 노벨경제학상이 폐지됐다는 소식이 단신 뉴스로 소개됐다. 에너지 고갈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으며, 우주는 에너지의 보고로 재인식되고 있다.

인류는 이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꿈인 우주로 나아갔다. 한국인이 이만큼 원대한 꿈을 꾸던 시대는 없었다.

박성원
● 1971년 서울 출생
●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미국 하와이대 정치학 석·박사(미래학 전공)
●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미래창조과학부 X프로젝트 추진위원, 세계미래학연맹(WFSF) 및 미래연구전문가협회(APF) 정회원
● 저서 : ‘미래는 나의 힘’
박성원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 spark@stepi.re.kr
<이 기사는 신동아|11월호 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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