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삼성이 미는 도전적 창의연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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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 선정된 대표적 3개 연구 진행상황 보니…

“인터넷 검색에서 비슷한 연구가 나오면 떨어진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어요. 그만큼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김윤영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1월 삼성이 지원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이 기초과학 연구 진흥을 위해 10년간 1조5000억 원을 출연해 과학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논문을 많이 내라고 강요하지도, 특허를 출원하라고 압박하지도 않는다. 연구비는 연구자가 원하는 만큼 신청할 수 있다. 이런 참신한 지원 방식에 과학자들은 2013년부터 매년 대거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선정된 연구는 총 160개에 불과하다.

○ ‘완벽한 흡음재’를 찾아라

김 교수는 층간 소음을 잡는 흡음재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소리를 잡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음파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두께의 흡음재가 필요하다. 층간 소음의 주범인 저음의 경우 파장이 1m가 넘기 때문에 흡음재 두께가 25∼30cm는 돼야 한다.

김 교수는 ‘파장의 4분의 1’이라는 물리학적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흡음재를 통과하는 소리 경로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전략을 세웠다. 그 첫 시도로 흡음재 사이에 강철이나 알루미늄 등 단단한 소재를 끼워 넣고 미로처럼 생긴 길을 만들었더니 흡음 성능이 향상됐다. 김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5월 ‘응용물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hysics)’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흡음재에 ‘스큐 메타포러스(skew meta-porous)’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다공성 물질을 뛰어넘는 흡음재라는 의미다. 그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에 도전하는 연구인 만큼 3년 안에는 논문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달려들었는데 성과가 비교적 빨리 나오고 있다”면서 “파장의 4분의 1보다 얇은 흡음재로도 층간 소음을 차단하거나 비행기, 자동차 등의 소음을 막는 방법을 개발하는 일이 목표”라고 말했다.

○ 그래핀으로 만드는 홈시어터

최정우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으로 스피커를 만들고 있다. ‘그래핀 홈시어터’로 입체적인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게 최 교수의 계획이다.

그래핀 스피커는 종이처럼 생긴 평면 스피커다. 그래핀에 전류를 흘리면 열이 발생하고, 전류를 없애면 금방 식는다. 그래핀에서 발생하는 열이 주변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열음향(Thermo-Acoustic)’이 그래핀 스피커의 핵심 원리다.

연구진은 지난해 2차원 그래핀에 격자 형태의 지지대를 덧대 스피커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은 출력이 스마트폰 스피커 수준이어서 업그레이드 중이다.

최 교수는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을 넓히기 위해 그래핀을 3차원으로 제작해 음량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아직 상용화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면서 “그래핀 스피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방의 모양을 파악하고 사용자의 제스처까지 인식하는 지능형 오디오 기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빛 반사율 0%에 도전


‘투명망토’ 소재로 유명한 메타물질은 자연계에는 없는 ‘음의 굴절률’을 갖는다. 박규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메타물질을 이용해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물질을 제작 중이다. 빛을 완전히 흡수한다는 뜻은 물질 표면에서 빛이 전혀 반사되지 않는다는 말과 똑같다.

박 교수는 2013년 1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수직으로 입사한 빛에 대해서는 반사시키지 않는 물질에 대한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이 이론을 발전시켜 다양한 각도로 입사하는 빛에 대해서도 반사하지 않는 물질 이론을 연구 중이다.

최근 실험 결과 복잡한 구조의 금속 박막을 20∼3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두께로 표면에 바르면 반사율이 5%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빛을 모조리 흡수하는 표면을 만들고 빛에너지를 손실 없이 내부로 전달할 수 있다면 태양전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지금까지 노벨 과학상은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아니라 긴 안목을 가지고 새롭게 도전한 분야에서 나왔다”면서 “한 분야를 처음으로 개척하는 연구 과제를 지원하는 게 재단의 철학”이라고 밝혔다.

이우상 idol@donga.com /

대전=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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