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클리닉]아침마다 ‘뻣뻣’하다면 류머티스 관절염 의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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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JW중외제약 ‘악템라’… 정맥·피하주사용 등 여러가지 타입

“나이 들어서 아픈거겠지….”

60대 여성 김신주(가명) 씨는 3년 전부터 팔목 손목 등 관절이 쑤시고 아팠다. 30대에 남편을 여의고 분식집을 하면서 두 아들을 키운 김 씨는 고된 일 때문에 아픈 거라고 여겼다. 병원에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일이 끝나고 아픈 부위에 파스를 붙이거나 심할 때마다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먹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김 씨는 지난해 솥을 옮기다가 떨어뜨렸다. 참을 수 없는 관절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동네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으니 “퇴행성 관절염이 왔다”고만 했다.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잠깐 가라앉을 뿐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았다.

김 씨는 지난달에야 대학병원 정형외과에 갔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퇴행성 관절염이 아닌 류머티스 관절염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진료과도 류머티스내과로 옮겨서 진료를 시작했다. 류머티스 전문 의료진은 “조금 더 늦게 왔으면 세균이 너무 퍼져 혈관 질환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김 씨는 “퇴행성 관절염과 류머티스 관절염의 차이도 잘 몰랐다. 류머티스가 이렇게 무서운 병이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했다.

류머티스, 퇴행성 관절염과 달라

류머티스 관절염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과는 다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내 몸의 염증이 나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다. 쇼그렌 증후군, 루푸스,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등 약 80개 질환과 비슷하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각종 세균과 이물질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오히려 본인 관절을 공격하면서 생긴다. 이로 인해 연골을 둘러싸고 있는 활막 세포에 지속적인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시작된다. 염증이 심하면 연골과 관절이 파괴되고 뼈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뼈가 뒤틀리고 퉁퉁 부으면서 기능이 마비되기도 한다. 이런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가 국내에만 약 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머티스 관절염이 나타나는 부위도 퇴행성 관절염과는 다르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엉덩이, 발 등 체중을 지탱하는 큰 관절인 무릎 등에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류머티스 관절염은 손가락, 손목 등 작은 관절에 발병한다. 통증도 자고 일어난 아침에 가장 심한 경향을 보인다.

나이가 들어 서서히 발생하는 것이 아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도 특징이다. 질병의 진행도 빨라 발병 뒤 2, 3년 이내에 급속도로 관절 기능이 약화된다. 노화와 체중 증가 등의 이유로 서서히 진행되는 퇴행성 관절염과는 다르다.

이상헌 건국대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증상이 악화되면 관절 손상에 그치지 않고 동맥경화, 골다공증, 세균 감염, 혈관염, 피부 궤양 등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며 “하지만 대부분 초기에 류머티스 관절염 여부를 아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류머티스 치료제의 진화

현재 류머티스 관절염을 완치시키는 약물은 없다. 다만 통증과 부종을 약화시키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들이 있다.

1980년대 이전에는 단순 소염제와 스테로이드제가 치료에 사용됐다. 하지만 진통 완화 효과는 적고 속 쓰림 등 부작용이 컸다. 1980년대 류머티스 진행 억제 효과가 있는 비생물학적 항류머티스 약이 개발됐다. 하지만 효과가 복용한 뒤 1개월에서 6개월가량이 지나야 나타나는 단점이 있었다.

1990년대부터는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을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TNF-알파)가 보급되면서 대중적인 류머티스 치료제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약효를 보는 비율이 제한적이고, 면역기능 억제로 인한 결핵 감염 등 부작용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1월 출시된 JW중외제약의 악템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악템라는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인 IL-6와 연계된 류머티스 관절염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국내 주요 병원에서 2009년 10월부터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100명에게 임상시험한 결과에 따르면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 중 61.7%가 염증이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TNF-알파 등 기존 치료제가 다른 약과 함께 투약할 때 효과가 있는 반면 악템라는 단독으로 투여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대가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3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 따르면 악템라 투약 환자의 40%가 통증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TNF-알파 치료제(제품명 휴미라)를 투여 받은 사람의 11%만 통증이 없어진 것과 대비된다. 이 임상시험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란셋에 2013년 게재된 바 있다.

최정윤 대구가톨릭대 의대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악템라는 기존 치료제에 비해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이 뿐만 아니라 정맥주사용 피하주사용 등 여러 타입이 있어 환자 편의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악템라의 효능이 뛰어나지만 피부에 화상 정도의 큰 염증이 있거나 장이 염증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볼록 튀어나온 장게실염 환자는 약 투약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손 모습. 염증으로 인해 양쪽 손가락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동아일보DB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손 모습. 염증으로 인해 양쪽 손가락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동아일보DB
▼ 이럴때 류머티스 관절염을 의심해라 ▼

― 수면 뒤 기상 시 관절이 뻣뻣한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고 움직이기 힘들 때

― 아침에 주먹을 쥘 수가 없을 때, 그리고 움직 일수록 편해질 때

― 이유 없이 관절에 열이 발생할 때

― 여러 관절이 동시에 부으면서 아플 때

― 손으로 병을 열기 힘들거나 행주를 짜기 어려 울 때

― 양쪽 손목이 붓고 아픈 것이 6주 이상 지속될 때

― 류머티스 관절염의 가족력이 있을 때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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