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추위 잊으려 술 한잔 ‘저체온증 위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9일 06시 40분


일시적으로 체온 올라가지만 다시 떨어져

겨울은 애주가들이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계절이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소주를 마시면 굳었던 몸이 풀리고 속이 따뜻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체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알코올이 분해 되면서 혈액이 내부 기관에서 피부 표면으로 몰려들어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가지만 열이 피부를 통해 다시 발산되기 때문에 체온은 결국 떨어지게 된다. 이때 체온이 섭씨 35도 아래로 내려가는 ‘저체온증’을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2월1∼18일 한랭질환자는 모두 1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저체온증이 116명(84.7%)으로 가장 많았는데, 환자 절반이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술을 마시면 중추신경계 기능이 떨어지게 돼 저체온증을 유발한다. 지나치게 몸을 떨거나 피부가 차고 창백해지면 저체온증 초기 증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술에 취한 듯 이상행동…심할 경우 사망까지

저체온증 환자는 술에 취한 듯한 행동을 한다. 알 수 없는 감정의 변화로 짜증을 내고 발음이 부정확해질 뿐 아니라 권태감, 피로 등을 호소하면서 자꾸 잠을 자려고 한다. 심지어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옷을 벗는다거나 몸을 반복적으로 흔드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몸의 중심체온(몸속체온)이 섭씨 33도까지 내려가면 근육 강직 현상이 나타나고 32도까지 내려가면 불안, 초조함, 현기증을 느낄 수 있다. 심할 경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의식까지 희미해지면서 혼수상태나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실제 지난달엔 강원 강릉시에서 70대 노인이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길에서 잠이 들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바 있다.

저체온증 환자를 발견하면 더 이상 중심체온을 잃지 않도록 마른 담요나 이불 등으로 감싸주는 것이 좋다. 담요로 덮어주면 시간당 섭씨 0.5도에서 2도의 중심체온이 상승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술을 마시면 추위를 덜 느끼게 되고 따뜻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판단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평소 지병이 있거나 추위에 취약한 노인의 경우 체온 조절 기능이 더 떨어지는 만큼 겨울철 음주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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