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당뇨·고혈압처럼 잘 관리하면 수명껏 살 수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내 에이즈 분야 권위자 최준용 신촌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한때 ‘현대판 흑사병’으로 알려지며 공포의 질병으로 불렸던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2013년 한해 동안 국내에선 총 1114명의 에이즈 환자가 신고됐다. 이 중 내국인은 1013명.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내국인 에이즈 감염자 누적 신고자는 1만423명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에이즈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과 다르게 에이즈는 초기에 발견해서 지속적으로 약물치료를 받게 되면 비감염자와 비슷한 수준의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건강하게 연명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 해 감염 고위험군에 속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선뜻 초기 진단에 나서지 않아 병을 키우는 이들이 있다.

본보는 국내 에이즈 분야 권위자인 최준용 신촌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만나 에이즈에 관한 잘못된 상식과 국내 에이즈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세브란스병원 본관 연구실에서 만난 최 교수는 “에이즈 환자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이즈 환자의 조기발견과 지속적 치료”라면서 “꾸준히 치료받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에이즈 전파력도 떨어지게 된다. 또 일반인들의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도 없애야 된다”고 말했다.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일컫는 말이다. 영어 명칭의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머리글자를 딴 명칭으로 우리말로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라고 부른다. HIV 감염인은 HIV가 몸 안에 들어와 있지만 일정한 면역수치(CD4 200cell/mm³ 이상)를 유지하면서 몸에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에이즈 환자는 이렇게 HIV에 감염된 뒤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체계가 파괴돼 면역세포수 가 200cell/mm³ 이하로 떨어진 사람을 말한다.”

―정말 에이즈는 불치의 병인가.

“아직까지 에이즈를 완치할 수 있는 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HIV를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어 HIV에 감염됐더라도 치료를 잘 받고 약을 잘 먹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과거에는 에이즈가 걸리기만 하면 죽는 질병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약을 먹고 잘 관리하면 수명껏 사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일반적인 만성질환처럼 여기면 된다. 단, 모든 만성질환이 그렇듯 에이즈도 약을 빠뜨리지 않고 잘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1985년 국내 1호 에이즈 환자도 지금까지 잘살고 있다.”

―에이즈 발병 초기 신체 증상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초기에는 지속적으로 체중이 줄어든다. 설사나 발열 등의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에이즈가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감염내과 전문의를 찾아가 진료를 받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 환자가 이런 증상이 나타나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국내에선 검사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에이즈 환자로 확진 받은 뒤 어떤 삶을 살게 되는 지 생각해보라. 직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버림받는 사람들이 있다. 의학계에서는 에이즈 고위험군을 성매매, 동성애 등에 많이 노출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에이즈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 검진조차 미루고 있다가 나중에 병세가 심각해지고 나서야 에이즈 확진 판정을 받고 뒤늦게 에이즈 치료를 받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약이 비쌀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에이즈 환자의 질병을 전부 관리하고 있다. 에이즈 환자에겐 지속적으로 약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확진 순간부터 이 약은 무상으로 제공된다. 에이즈 환자가 개인의 생활패턴 등으로 인해 감염된 것인데 왜 국가에서 관리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에이즈 환자에게 항바이러스 성분이 들어간 약을 복용케 해 면역력을 높이면 실제 체내에 있는 HIV 바이러스의 농도가 떨어지게 된다. 성관계에 의한 또다른 감염의 위험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감염자 한 명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2차, 3차 감염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

―국내 에이즈 감염자 관리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확진 환자에 대한 관리는 철저한 편이다. 하지만 국민 전체가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도록 하는 작업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에이즈 환자인 방송인이 계속 방송활동을 하며 또다른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기금 조성을 독려하거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이즈 환자가 전면에 나서 활동하기 어렵다. 성관계 등 체액을 교류하는 행위가 아니면 옮지 않는 병인데도 막연히 배척하는 것이다. 이런 편견이 깨지지 않는다면 국가가 에이즈 환자를 관리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