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위에서 서핑”… 멘토 만나자 꿈이 사업이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국민 아이디어 수집 사이트 ‘창조경제타운’ 1주년 성과

365일 안심약병 현직 약사 황재일 씨가 제안한 ‘365일 안심약병’. 환자들이 약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같은 약을 두 차례 먹거나 건너뛰는 일을 막기 위해 개발됐다. 뚜껑을 한 번 열 때마다 약병에 표시된 요일이 자동으로 바뀐다. 창조경제지원사업단 제공
365일 안심약병 현직 약사 황재일 씨가 제안한 ‘365일 안심약병’. 환자들이 약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같은 약을 두 차례 먹거나 건너뛰는 일을 막기 위해 개발됐다. 뚜껑을 한 번 열 때마다 약병에 표시된 요일이 자동으로 바뀐다. 창조경제지원사업단 제공
벤처사업가 정진화 씨는 최근 자신이 개발한 ‘서핑구름보드’ 사업을 준비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스케이트보드처럼 생긴 작은 서핑보드를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 설치하면 마치 파도 위에서 서핑을 하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집에서 손쉽게 서핑을 즐기는 셈이다.

정 씨가 서핑구름보드로 창업가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었던 건 ‘창조경제타운’ 덕분이다. 창조경제타운 사이트에 정 씨가 서핑구름보드에 관한 아이디어를 올렸는데, 2개월 뒤 이 아이디어가 사업화 지원 대상으로 최종 발탁되면서 사업화가 착착 진행된 것이다. 현재 정 씨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세계 각국에 서핑구름보드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해외 생산 준비를 마쳤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야심 차게 선보인 창조경제타운이 30일 1주년을 맞는다. 창조경제타운은 국민의 아이디어를 모아 창조경제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된 대국민 아이디어 수집 사이트다. 국민이 직접 홈페이지에 사업화 아이디어를 올리고, 정부가 선정한 각계 전문가들이 멘토를 맡아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산업계 멘토만 3200여 명 확보

창조경제타운 사이트를 개설할 때만 해도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창조경제’라는 개념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아이디어의 사업화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창조경제타운 측은 창조경제지원사업단부터 꾸렸다. 사이트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보 분석 전문 정부 출연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가들을 배치했다. 좋은 ‘선생님’을 확보하는 일에도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창업자를 도울 멘토가 창업의 승패를 가른다는 판단에서였다.

사업단은 현업에 종사하는 기업인, 컨설팅 전문가, 테크노파크 기술 사업화 전문가 등 멘토로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면 일단 연락하고 찾아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전문적인 식견이 꼭 필요하다며 설득했다. 그 결과 창조경제타운은 6개월 사이에 전문 멘토 3000명 이상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최현규 창조경제지원사업단장은 “이형곤 지엔에스파트너스 대표이사, 이재용 전 한국디자인진흥원 수석연구원 등을 포함해 멘토 중 상당수가 현직 기술·산업계 전문가”라며 “이들에게 현실적인 창업컨설팅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창조경제타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하루 평균 35건, 1년간 1만3000여 건 올라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설립한 창조경제타운(www.creativekorea.or.kr) 홈페이지 메인화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설립한 창조경제타운(www.creativekorea.or.kr) 홈페이지 메인화면.
지금까지 창조경제타운에 등록된 아이디어는 1만3000여 건. 매일 평균 35건이 올라온 셈이다. 이 가운데 수준 미달로 판단되는 아이디어를 걸러내고 남은 아이디어는 약 85%인 1만1000여 건에 이른다. 창조경제타운은 이들 아이디어에 대해 멘토링을 실시하며 사업화를 돕고 있다.

물품을 랩(wrap)으로 쉽게 포장할 수 있는 장치인 ‘스틱형 수동 랩핑기’를 개발한 최대경 씨는 김태호 경기테크노파크 선임연구원을 잊을 수 없는 멘토로 꼽는다. 최 씨는 산업 현장에서 랩으로 칭칭 감아 물건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에 착안해 스틱형 수동 랩핑기를 개발했다.

스틱형 수동 랩핑기는 3월 창조경제타운에서 우수아이디어 인증을 받고 4월 상표등록, 5월 디자인등록까지 산업화가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6월에는 ‘2014 코리아 스타 어워드(KOREA STAR AWARDS)’ 경진대회에서 기업부문 대상을 차지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최 씨는 “멘토였던 김태호 선임연구원에게 온라인 홍보방법 등 노하우를 전수 받은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 불빛공 하나로 월평균 2000만 원 매출

현재 창조경제타운을 통해 특허를 출원하거나 시제품 제작에 들어가는 등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발전시킨 성공 사례는 1100건을 넘어섰다. 실제 창업에 성공한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원명희 씨는 어디서든 빛을 내는 인테리어 소품 ‘불빛공(제품명 샤니볼)’을 개발한 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해 월 2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민휘 씨는 인터넷 주소(URL)에 암호 확인 서비스를 적용해 피싱이나 스미싱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안심 URL 서비스’를 개발해 각종 사이트에 공급하고 3월 이후 기술료 수익으로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까지 창조경제타운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 올린 매출은 3억 원 수준이다. 앞으로 기술이전 등이 활발히 일어나면 이 숫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문을 열어주는 ‘얼굴인식 보안단말기’를 개발한 정규택 씨는 아직 매출을 내진 못했지만 창조경제타운의 지원을 받아 최근 보안전문업체 두 곳에 2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 단장은 “앞으로는 대기업의 민간 지원 사업과 연계하는 한편, 산업 현장에서 직접 자문을 얻을 수 있는 ‘오프라인 멘토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아이디어 사업화 부문에서 국민 플랫폼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창조경제타운#아이디어#사업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