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도 건보 적용해 환자부담 덜어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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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수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전립샘(전립선)암은 2020년이 되면 남성 암 발병 1위가 될 겁니다.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전립샘암 분야의 최고 명의로 꼽히는 김청수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사진)은 2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전립샘암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남성들이 앓는 암이 바로 전립샘암”이라고 소개했다. 전립샘암은 65세 이상 남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한국 사회도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발병률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전립샘암은 자각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을 때면 손을 쓸 수 없는 말기인 경우가 태반이다. 김 원장은 “전립샘암의 증상은 환자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요실금 등인 사례가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립샘암은 무서운 암이지만 그간 다른 암보다 덜 알려진 탓에 국가적인 관심이 부족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전립샘암을 치료하는 신약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어 지원 방안만 마련되면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실제로 김 원장은 최근 전립샘암 치료에 신약을 적용한 임상연구에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해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NEJM(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연구 결과를 실어 크게 주목받았다. 세계 1700여 명의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 김 원장은 한국인 환자 80명 중 상당수를 맡아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도세탁셀’이라는 기존 항암제가 아니라 신약 성분인 ‘엔젤루타마이드’를 말기 암 환자에게 먼저 투여해 결과를 지켜봤다”고 연구 과정을 설명했다.

김 원장은 “말기 환자에게 도세탁셀을 거치지 않고 신약을 바로 처방했더니 백혈구 감소증과 과도한 피로감 등의 부작용이 없어져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3주에 한 번 주사하는 기존 항암 치료와 달리 하루 한 번 약을 먹는 것으로도 사망 위험을 29%, 암 진행 위험을 약 81% 감소시킬 정도로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말기 전립샘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제도 개선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김청수#전립샘암#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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