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엉덩이춤’ 추는 시간 계절별로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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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1초〓거리 1km’ 분석해보니
꽃 만발한 봄엔 0.493초 ‘흔들흔들’, 여름철엔 2156m 이동 ‘고난의 비행’

날씨가 따뜻해져 꽃이 피면 꽃놀이를 가는 사람들만큼 바빠지는 곤충은 꿀벌이다. 개화 시기에 맞춰 빨리 밀원(蜜源)을 찾고 먹이를 채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도심에선 꿀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꿀벌을 보기 어려운 이유로 전 지구적인 환경오염과 그로 인한 꿀벌 개체수 급감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꿀벌이 먹이를 찾을 때 보이는 독특한 행동패턴인 ‘8자춤(waggle dance)’을 계절별로 분석해 꿀벌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실마리를 찾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꿀벌의 8자춤은 동료에게 꿀이 있는 꽃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한 행동이다. 이를 밝혀낸 오스트리아 출신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 독일 뮌헨대 교수는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8자춤을 설명하면 이렇다. 꿀을 발견한 벌이 벌집으로 돌아와 동료들 앞에서 몸을 좌우로 흔든다. 이 과정에서 꿀벌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한쪽 방향으로 반원을 그리며 돌고, 다시 앞으로 직진하다가 반대 방향으로 반원을 그리면서 도는 행동을 반복하며 8자를 그린다.

8자춤의 핵심 정보는 꿀벌이 반원을 돌기 전 몸을 좌우로 흔들며 직진하는 ‘엉덩이춤’에 담겨있다. 프리슈 교수가 밝혀낸 것은 엉덩이춤이 지속되는 시간이 꽃까지의 거리와 비례한다는 것. 즉, 꿀벌의 엉덩이춤 1초는 밀원이 현재 지점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 엉덩이춤의 방향으로 동료에게 밀원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꿀벌이 수직으로 매달린 벌집 표면에서 오른쪽 45도 방향으로 1.5초간 엉덩이춤을 추며 전진했다면 이는 벌집에서 태양을 바라보고 우측 45도 방향 1.5km 건너에 꿀이 있다는 신호다.

영국 서식스대 연구팀은 꿀벌의 이런 8자춤 5000회를 분석해 계절별로 엉덩이춤을 추는 시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최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꿀벌이 꿀을 찾기 위해 평균적으로 이동하는 거리가 봄에는 493m, 여름에는 2156m, 가을에는 1275m라고 밝혔다. 이를 엉덩이춤의 평균 지속 시간으로 환산해 보면 봄에는 0.493초, 여름에는 2.156초, 가을에는 1.275초가량 췄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거리와 방향 정보를 이용해 계절별로 꿀벌이 이동한 면적도 계산해냈다. 봄에는 0.8km², 여름 15.2km², 가을 5.1km²로 이동면적 역시 여름이 가장 광범위했다. 이는 여름철에 가장 멀리 날아다닌다는 뜻이고, 결국 힘들게 먹이를 구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꿀벌이 여름에도 먹이를 가까이서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여름 꽃을 많이 심어주면 개체수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현 국립산림과학원 과장은 “우리나라는 대표적으로 쉬나무, 음나무, 오갈피나무 등이 여름에 꽃을 피운다”며 “특히 쉬나무는 외국에서 ‘비비트리(bee bee tree)’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꿀 함유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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