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화성에서 온 ‘별그대’ 운석 1g당 100만원 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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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5일 오전 9시 20분(현지 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 지구 중력에 끌려 들어온 지름 20m 크기의 유성체는 초속 19km로 대기권에 진입해 첼랴빈스크 상공을 250km 넘게 가로질렀다(위쪽 사진). 이 유성체는 약 30km 상공에서 가장 밝게 빛났는데 목격자들은 “태양보다 밝게 빛났다”고 증언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동아일보DB
2013년 2월 15일 오전 9시 20분(현지 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 지구 중력에 끌려 들어온 지름 20m 크기의 유성체는 초속 19km로 대기권에 진입해 첼랴빈스크 상공을 250km 넘게 가로질렀다(위쪽 사진). 이 유성체는 약 30km 상공에서 가장 밝게 빛났는데 목격자들은 “태양보다 밝게 빛났다”고 증언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동아일보DB
《 ‘운석이 맞지만 어디서 왔는지 아직 알 수 없다.’ 이달 10일 경남 진주에서 발견된 ‘진주 운석’에 대해 현재까지 나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진주 운석이 9일 밤 전국에서 목격된 유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이 맞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운석 중 가장 무거운 것은 9.4kg. 운석 하나가 수십억 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에서 운석으로 한몫 잡으려는 이들이 진주로 몰려들고 있다. 》

○ 달에서 온 운석은 g당 100만 원

운석은 ‘분화 운석’과 ‘미분화 운석’으로 나뉜다. 비교적 크기가 큰 행성이나 소행성 같은 천체는 중력 때문에 지각, 맨틀, 핵으로 분화가 일어나는데, 이렇듯 분화된 천체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분화 운석이다. 분화 운석은 철의 함량에 따라 철이 거의 없는 석질운석과 철이 풍부한 철질운석으로 분류된다.

미분화 운석은 분화가 일어나지 않은 작은 혜성이나 우주를 떠도는 암석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을 말한다.

이번 진주 운석은 미분화 운석 중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콘드라이트 운석’으로 밝혀졌다. 운석을 쪼개면 방울 모양의 작고 둥근 입자인 ‘콘드룰’이 형성된 것이 대표적 특징으로 지구에 떨어진 운석 중 80%가 이 종류다.

운석 거래 웹사이트에서 콘드라이트 운석은 g당 2∼5달러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어 10일 발견된 9.4kg의 진주 운석 가격은 2000만∼5000만 원으로 추정된다.

가장 희귀하고 고가로 평가되는 운석은 달이나 화성에서 온 운석이다. 소행성이나 혜성 등이 달이나 화성과 충돌했을 때 우주로 떨어져 나온 파편이 지구에 도착한 것들로, 확률 자체가 희박하기 때문에 g당 100만 원이 넘게 거래된다. 만약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이 달이나 화성에서 온 분화 운석이었다면 100억 원 가까이 됐을 것이란 말이다.

○ 진주 운석 궤도와 크기는 ‘오리무중’

한국천문연구원과 연세대 변용익 천문우주학과 교수팀은 전국 각지에서 확보한 영상관측 자료를 토대로 유성이 9일 수도권 인근 상공에서 대기권으로 진입해 남하했고, 1개의 ‘화구(火球)’가 경남 함양∼산청 인근 상공에서 폭발해 진주 일원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1차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화구란 비교적 커다란 유성이 다 타지 않고 공기 밀도가 높은 대기권 저층부에 도달해 충격파와 함께 앞부분이 가열돼 밝게 빛나는 유성이다.

최영준 천문연 우주감시센터 선임연구원은 “현재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자료들을 토대로 연구 중”이라며 “움직이는 차량에서 찍힌 영상이어서 분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 상공에서 폭발한 유성체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는 채취된 다량의 운석과 함께 폐쇄회로(CC)TV에 잡힌 영상들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화구가 태양보다도 밝게 빛났기 때문에 땅에 비친 그림자를 토대로 화구의 진행 방향과 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었다.

○ 지구 돌진 유성 ‘못 막는다’

현재까지는 진주 운석의 궤도나 크기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유성 자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다.

문제는 진주 운석으로 떨어진 유성체는 물론이고 지난해 2월 떨어진 러시아 소행성까지도 접근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름이 100m가 넘고 지구 궤도와 인접한 천체들을 지구위협천체(PHO)로 분류해 감시하고 있지만 지구와 인접할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 중 50m급만도 50만 개 가까이 된다. 더군다나 50m급 소행성 중 궤도나 특성이 확인된 것은 1%도 안 된다.

지름 17m에 불과했던 러시아 유성체가 1600여 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것을 보면 50m급 유성이 가져올 수 있는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운영하는 저음관측소가 대기권에 충돌하는 유성체를 상당수 잡아내고 있지만 이미 대기권에 도착한 뒤다. 50m급 소행성에 대해 사실상 무방비 상태란 말이다.

현재 유일한 대안은 미국 하와이대 천문연구소 아틀라스(ATLAS)다. 아틀라스는 올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해 2015년 말부터 완전 가동할 예정으로, 45m급 소행성은 최소 1주일 전에, 137m급 소행성은 최소 3주 전에 발견해 경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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