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 녹는 속도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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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냉수층 두꺼워지고 온수층 얇아져”
이상훈 박사 포함 국제공동연구팀 분석

남극 파인아일랜드 빙하에 균열이 발생해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 국제공동연구진은 최근 2년간 이 지역 빙하의 녹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남극 파인아일랜드 빙하에 균열이 발생해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 국제공동연구진은 최근 2년간 이 지역 빙하의 녹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온난화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빙하가 녹으면서 떨어져 나가 바다 위에 고립무원 신세가 된 곰이나 펭귄 같은 극지 생물의 모습이다. 또 빙하가 녹아 바다에 흘러들어 가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저지대 일부는 사라지는 장면도 예측된다.

그런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이상훈 책임연구원팀이 주축이 된 국제공동연구팀이 최근 2년간 남극 빙하가 녹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3일자에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세계에서 빙하가 가장 빠르게 녹는 것으로 알려진 남극 서쪽의 ‘파인아일랜드 빙하’를 주목했다. 주변 바다를 우리나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등을 이용해 수심별 온도와 염분 등을 관측한 뒤 지난 20여 년간의 자료와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2010∼2012년 이 지역 해수면의 냉수층이 두꺼워지고 심해의 온수층은 얇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빙하를 녹일 열에너지가 줄면서 빙하의 녹는 속도가 과거에 비해 절반 가까이 느려졌다는 말이다.

특히 연구진은 세계적인 기후 변화가 빙하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도 실제로 증명했다. 남극 빙하의 변화가 적도 지방의 기후 변동과 관련 깊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

빙하가 녹는 속도가 느려진 시기인 2010∼2012년은 적도 지역에서 ‘라니냐’가 강하게 발생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이 시기 적도 지역에는 동풍이 강하게 부는 라니냐 현상으로 서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고 동태평양의 수온이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남극 지역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해류의 유입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파인아일랜드 빙하의 경우 지형적인 요인도 빙하의 녹는 속도에 변화를 준 것으로 분석됐다. 주변 바다 밑에서 발견된 산마루가 문턱 역할을 해서 바닥을 따라 유입되는 따뜻한 해류의 공급을 방해한 것이다.

극지연구소 신형철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해수면의 냉수 층이 계속 두꺼워진다면 빙하가 녹는 속도가 느려지는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빙하#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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