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NO! 착한 미생물로 물고기 양식 ‘바이오플락’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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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생선 먹기를 꺼리는 이들은 물론이고 자연산 대신 양식 물고기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양식보다는 자연산을 찾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양식 물고기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는 것. 물고기 양식을 위해서는 수조의 물을 매일 새로운 바닷물로 갈아줘야 한다. 갇힌 수조 안에만 사는 물고기가 병들지 않게 하기 위해 항생제를 먹일 뿐만 아니라 물이 썩지 않도록 살균제를 뿌리는 경우도 있다.

100%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찾기는 어려운 것일까. 이런 고민은 ‘착한’ 미생물을 이용해 항생제나 살균제 없이 건강하게 물고기를 키우는 ‘바이오플락’ 양식법이 해결해 줄 수 있다.

○ 깨끗한 양식장 중심엔 ‘착한’ 미생물

원래 바이오플락 기술은 양식 수조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오염된 바닷물을 줄이기 위해 개발됐다. 양식을 하기 위해서는 매일 수조의 물을 갈아줘야 하는데, 만약 물을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물고기들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아질산 등 오염물질들이 축적돼 수질을 오염시킨다. 이렇게 되면 물고기도 폐사하기 일쑤다. 또 사료와 물고기의 배설물이 섞인 수조의 물은 바다에 버려져 2차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한 번 사용한 수조의 물에는 인 성분이 많이 포함돼 적조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바이오플락 기술은 수많은 물고기가 살면서도 깨끗하게 유지되는 바다 자체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바다 속에 사는 ‘착한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분해하거나 다른 물질로 전환시키는 ‘청소부’ 역할을 함으로써 깨끗한 물을 유지하는 것.

좋은 미생물을 이용하면 된다는 원리는 간단하지만 실제 양식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미생물의 특징을 파악하고, 물고기의 생태계에 맞춘 미생물들을 적당량 넣어주어야 하며, 온도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수질이 도리어 더 나빠져 물고기가 모두 죽을 수도 있다.

○ 다양한 어종 적용이 핵심

바이오플락 기술은 1990년대 초 이스라엘에서 틸라피아라는 역돔 양식에 처음 성공하면서 실제 양식에 적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5월 국립수산과학원이 이 기술을 이용해 새우 양식에 성공했다.

바이오플락의 단점은 적용할 수 있는 물고기가 한정돼 있다는 것. 좁은 수조 안에선 물고기가 바뀌면 미생물 생태계도 바뀌기 때문에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연구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바이오플락 기술로 개발한 어류는 틸라피아와 새우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네오엔비즈’라는 국내 환경기업이 해양수산부(전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의 지원을 받아 새우와 틸라피아의 바이오플락 양식법은 물론이고 뱀장어와 황복, 미꾸라지 양식에도 성공했다. 바이오플락으로 다양한 물고기를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네오엔비즈 측은 식용 물고기 이외에 거피와 에인절피시, 아프리카 송사리인 킬리피시 등의 관상용 물고기 10여 종에 대한 바이오플락 양식법을 확보했다.

이규태 네오엔비즈 사장은 “새로 개발한 바이오플락 기술을 적용하면 1년 이상 바닷물을 갈아주지 않고, 항생제나 살균제 없이 물고기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물고기를 양식하는 방법을 꾸준히 개발해 국내 양식업계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바이오플락 양식법 ::

수조 속에 물고기에 해롭지 않은 미생물들을 넣어주는 기술이다. 젖산균의 일종인 락토바실루스나 광합성 세균, 효모 등 발효식품에 흔히 쓰이는 미생물이 많이 쓰인다. 이런 미생물들은 대장균이나 녹농균, 포도상구균처럼 물고기를 병들게 하는 세균을 없애고, 수질오염의 원인 물질인 암모니아를 분해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외부의 바이러스나 세균을 원천 차단할 수 있어 건강하고 깨끗한 수산물을 얻을 수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물고기 양식#바이오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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