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터 고’ 주인공 고릴라… 현실에서도 홈런 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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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12배 힘… 총알투구-장외홈런 가능

야구하는 고릴라?
《 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총알 투구, 펜스를 훌쩍 넘는 홈런이 있는 야구장 열기는 더위를 잊기에 제격이다. 최근 야구 열기를 타고 개봉한 영화 ‘미스터 고’의 주인공 고릴라 ‘링링’의 홈런은 10년 묵은 체증까지 날려버릴 정도로 시원하다. 링링은 서부 롤런드고릴라다. 현존하는 4개 아종 고릴라 중 아프리카 서부 저지대에 살고 있어, 낮은 땅이란 뜻의 ‘롤런드’란 이름이 붙었다. 이 종은 현재 12만 마리 정도가 살고 있으며, 전 세계 동물원에서 약 60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영화처럼 고릴라가 야구를 할 수 있을까?

○ 커다란 덩치와 달리기 실력…신체조건은 완벽


고릴라는 영장류 중 가장 덩치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깨와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있는 고릴라의 평균 골격 높이는 수컷을 기준으로 170cm 정도. 특히 등허리부터 하체가 흰 고릴라는 무리 중 우두머리인 ‘실버백’으로 골격 높이는 180cm, 몸무게는 230kg에 이른다. 야구 선수들의 키가 180cm 전후라는 것을 고려하면 고릴라의 덩치는 야구하기에 적합하다.

최근 야구가 ‘달리는 야구’로 바뀌고 있는 만큼 달리기 능력도 중요하다. 주루 플레이에 능한 1번 타자들의 경우 100m를 평균 12초 만에 뛴다. 우리나라 야구 선수 중 가장 느리다고 알려진 이대호의 100m 기록도 15초 정도다. 고릴라가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대호만큼은 뛰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릴라는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시속 40km로 달린다. 100m를 11초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이기 때문에 도루 주자로서 가능성도 충분하다.

○ 장거리 타자와 강속구 투수에 적합한 고릴라

유인원의 상체 근력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사람과 비교해 침팬지는 4∼7배, 오랑우탄은 5∼8배나 힘이 더 세고, 고릴라는 무려 12배나 강하다. 또 고릴라는 ‘긴’ 팔을 갖고 있다. 고릴라의 팔과 다리 길이 비율을 재면 115로 나무에서 생활하는 오랑우탄(수족비율 140) 다음으로 길다. 사람의 수족비율은 80에 불과하다. 팔이 길수록 힘이 가해지는 시간이 길어져 힘이 많이 실린다. 고릴라는 장거리 타자로서 좋은 체형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투수로는 어떨까. 상체 근력이 좋은 만큼 강속구 투수로 손색이 없다. 사람이 야구공을 던질 때 드는 힘은 약 1.5마력(1마력은 약 0.75kW)인데, 힘이 12배나 센 고릴라는 그만큼 더 강한 힘으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고릴라 투수의 약점은 ‘손가락’. 고릴라는 무거운 몸을 지탱하며 바닥을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손가락이 짧고, 손바닥이 넓다. 타자의 눈앞에서 옆으로 휘거나 갑자기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기 위해서는 손가락으로 공을 감아쥐고 분당 1500회가 넘는 회전을 줘야 한다. 그런데 고릴라의 짧은 손가락은 변화구를 던지기에는 역부족이다. 빠른 직구로 승부하는 투수일 수밖에 없다.

○ 감독의 작전 읽을 수는 있나?


이달 5일 넥센과 LG의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만루 상황에서 모든 주자가 동시에 도루를 하는 삼중 도루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발한 작전 덕분에 넥센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처럼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미리 약속된 신호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1972년에 태어난 암컷 고릴라 ‘코코’의 사례는 감독의 의중을 읽고 작전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코는 미국 캘리포니아 고릴라재단 페니 패터슨 박사에게 2000여 개의 수화를 배운 뒤, ‘이가 아프다’같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 또 ‘새를 보라’는 패터슨 박사의 수화에 ‘새’라는 단어를 표현하고 표정으로 의문을 지어 대화가 가능함을 보이기도 했다.

코코뿐만 아니라 고릴라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자세와 표정을 이용하고, 소리로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상대의 감정을 읽기도 한다. 야구 규칙을 잘 모르더라도, 충분한 훈련이 있다면 더그아웃에서 보내는 신호로 야구 경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과학동아 8월호는 야구하는 고릴라의 생태학적 특징을 분석한 최강홈런왕 ‘미스터고’ 외에 다양한 바이러스의 정체와 인류의 관계를 다룬 특집 기사 ‘바이러스의 인간사육’, 워터파크의 물리학 등 흥미로운 과학 이슈를 다뤘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고릴라#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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