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제약사 소통 캠페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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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목소리 내는 의료소비자 ‘환자’
제약사, 다양한 캠페인 통해 소통 강화

최근 몇 년 새 환자들의 위상이 아주 많이 달라졌다. 이전엔 의료진의 의견을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했던 환자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의료소비자’가 됐다. 이런 변화와 함께 환자들의 목소리와 스토리에 주목하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이들 제약사는 환자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그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는 암, 류머티스관절염, 당뇨 등과 싸우는 환자들의 스토리를 공유하는 ‘함께라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Together we can prevail)’ 캠페인(사진)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왜냐고 물으며 화가 난 채로 지냈습니다… 오늘 나는 진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기저귀를 갈았고, 작은 셔츠의 단추를 잠갔으며, 차문을 열고,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두살짜리 아이와 체육관에서 뒹굴었습니다. 챔피언은 나입니다. 류머티스관절염이 아닙니다.”

류머티스관절염 환자인 니콜 돌턴씨가 영상을 통해 소개하는 자신의 질환극복 스토리다.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 본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런 캠페인 동영상 시리즈는 배경음악이나 영상효과 없이, 환자들이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장면을 촬영했다. 영상에서는 암, 당뇨, 심혈관질환, 에이즈 등 다양한 질환을 앓는 일반인들이 병을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와 용기, 긍정적인 생각을 보여준다. 꾸밈없는 이들의 태도는 자연히 보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이런 생생한 경험담은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이 캠페인은 국제비즈니스커뮤니케이터협회가 2007년 선정한 기업커뮤니케이션 우수 사례(Gold Quill Award-Winning Case Studies)에 선정되기도 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는 ‘당신의 의지와 우리의 치료제’라는 메시지를 통해 환자를 우선으로 하는 제약사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평가받는다.

비디오라는 강력한 비주얼마케팅 툴을 통해 환자의 스토리를 전하는 또 다른 제약사로는 미국 존슨&존슨의 계열사 얀센이 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를 만드는 얀센은 2011년 에이즈에 걸린 환자들의 이야기를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다. ‘환자’라는 단어 대신 ‘동료상담가’라고 지칭된 환자들은 흑백의 영상을 통해 처음 진단받은 시점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병을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있는지 들려줬다. SNS의 특성상 많은 사람이 공감 혹은 응원하는 댓글을 달아 대화를 생성함으로써 이 스토리는 ‘살아있는’ 캠페인이 됐다. 또한 그동안 사회적 터부로 인식됐던 에이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도 한몫을 했다.

국내에는 한국로슈가 진행하는 사회공헌프로그램 ‘힐링갤러리’가 있다. 이는 20년의 유방암 투병을 예술로 극복한 박보순 작가와 18명의 유방암 환우들, 그리고 각 분야의 여성명사들을 초청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유방암 환자들에게 정서적 치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배명수 한국BMS제약 전무는 “환자들은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소비주체로, 영향력 있는 단체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약사들이 이런 환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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