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리포트]뇌전증의 최대 적은 색안경 낀 사회 편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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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8세 청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5년 전 처음으로 뇌전증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은 뒤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약물치료가 잘되는 모범적인 환자였다.

늘 밝은 모습이었던 그가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이어서 걱정이 됐다. 이유를 물었더니 최근 힘들게 들어간 첫 직장에서 뇌전증 증상이 나타났고 질환을 앓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흔히 ‘간질’로 알고 있는 병의 정확한 명칭은 뇌전증이다. 원인으로 뇌중풍(뇌졸중), 뇌종양, 뇌 감염, 뇌의 퇴행성 질환, 머리 외상이 꼽히지만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날 수 있다. 특별한 사람에게 생기는 게 아니라 인구 100명당 1, 2명꼴로 흔하게 발생하는 일반적 질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게 잘못 알려진 정보가 많이 퍼져 있다. 불치병이다, 유전된다, 정신질환이다, 전염될 수 있다….

뇌전증은 비정상적 신경세포로부터 일시적으로 전류가 형성돼 대뇌의 기능을 잠시 혼란시키는 병이다. ‘뇌전증(腦電症)’이란 이름도 ‘뇌에 전류가 흐르는 병’이란 뜻이다. 평소에는 정상적이다가 뇌 전류가 형성되는 20초∼2분 정도만 뇌 기능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다시 정상 상태로 회복된다.

이런 전류의 발생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수년간 한 번도 안 나타나거나 1년에 한두 차례 나타난다. 증세는 뇌 전류가 형성되고 영향을 미치는 부위에 따라 아주 다양할 수 있다. 잠깐 동안 정신없이 주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 증세다. 이때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한다. 균형을 잡지 못하면 쓰러질 수 있다.

뇌전증은 약물치료나 수술치료가 가능하다. 치료법은 많이 발전됐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많은 신약이 개발돼 전체 환자의 60% 정도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약이 잘 듣지 않는 나머지 약 40%의 환자는 수술로 치료한다.

이상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상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가장 흔히 시행되고 효과적인 수술치료는 ‘측두엽절제술’이다. 환자의 60∼80%는 치료가 가능하다. 이외에 수술을 못하는 환자에게는 양쪽 대뇌의 연결 부위를 끊어주는 ‘뇌량절제술’이나 미주신경에 전류를 흘려보내는 ‘미주신경자극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아직도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많이 퍼져 있어 적지 않은 환자가 사회 생활에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는다. 특히 취업할 때나 직장에서의 차별은 환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취업할 때 뇌전증 환자란 사실을 알리면 약 60%에서 취업 자체를 거절당한다. 또 직장에서 증상이 발생해 뇌전증이 알려지면 약 40%가 해고를 당한다고 한다.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생기는 사회적 차별을 서둘러 바로잡는 일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상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뇌전증#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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