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성 연어’ 국내 식탁 올라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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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유전자변형 연어’ 유통승인 눈앞

일반 연어보다 성장속도가 2배나 빠른 유전자변형(GM) 연어(뒤쪽)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유통 승인을 앞두고 있다. 수산자원 확보라는 의미가 있지만 미국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는 생태계 교란 등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아쿠아바운티 제공
일반 연어보다 성장속도가 2배나 빠른 유전자변형(GM) 연어(뒤쪽)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유통 승인을 앞두고 있다. 수산자원 확보라는 의미가 있지만 미국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는 생태계 교란 등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아쿠아바운티 제공
얼마 전 미국 오리건 주의 한 밀밭에서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변형(GM) 밀이 발견돼 국내외가 떠들썩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들여오는 밀의 3분의 1이 오리건 주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관심은 더 컸다. 이에 국내 보건당국은 서둘러 오리건산 밀을 검사해 국내에는 GM 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대중들의 GM식품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GM 연어에 대한 유통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달 ‘네이처’에 소개돼 주목받고 있다.

○ GM 연어, 美 최종 판매 승인만 남아

GM 연어는 성장호르몬이 많이 나오도록 유전자가 조작돼 1년 반 만에 성체로 자란다. 일반 연어가 다 자라는 데 3년 넘게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2배나 빠른 성장속도다. 자연산 연어는 수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성장을 멈추지만 GM 연어는 저온에 저항력을 가져 수온과 상관없이 성장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FDA는 지난해 말 GM 연어의 환경 안전성 평가서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최근 대중 의견청취 절차까지 마쳤다. 이제 ‘판매해도 좋다’는 최종 결정만이 남은 상황. GM 연어를 개발한 미국 ‘아쿠아바운티 테크놀로지’가 승인을 요청한 지 18년 만이다. GM 연어의 필요성은 최근 칠레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에 부각됐다. 올해 5월 칠레의 연어 양식장 대부분에 빈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돌면서 연어 생산량이 10분의 1로 줄었던 것. 칠레는 우리나라 연어 수입량의 40%를 차지하는 나라여서, 이후 국내 연어 값이 불안정한 상태다.

또 세계 수산물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어획량은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양식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양식장을 늘리다 보면 해양오염과 대규모 전염병으로 인한 폐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FDA는 GM 연어의 인체 안전성에 대한 50개가 넘는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GM 연어가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고, 자연산 연어보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확률도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GM 연어는 안전성 평가 결과, 일반 연어보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확률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쿠아바운티 제공
GM 연어는 안전성 평가 결과, 일반 연어보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확률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쿠아바운티 제공
○ “인체 안전? 환경 영향도 심각”

그러나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는 GM 연어가 자연에 유출됐을 때 생태계 교란과 생물다양성 파괴 같은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지적하고 있다.

아쿠아바운티는 현재 GM 연어를 칠레의 고지대 오지에 있는 수족관에서 키우고 있으며, 연어알을 어민들에게 판매하더라도 FDA의 승인하에 엄격히 밀폐된 시설에서만 키우게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GM 밀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환경에 대한 영향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GM 밀은 제초제 저항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것으로, 1998∼2005년 미국 16개 주에서 시험적 재배만 승인됐다. 시험 재배를 중단한 지 8년이 지난 최근 자연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바람에 날려갔거나 차량 이동 중에 유출돼 일반 밀과 교배됐다는 말이다.

이에 아쿠아바운티는 GM 연어는 3배체 염색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생식이 불가능하고 암컷만 생산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 GM 동물, 식용보다 의약용이 수월

미국 슈퍼마켓체인 연합은 GM 연어가 FDA의 승인을 받더라도 판매하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아쿠아바운티 로널드 스토티시 대표는 “인류의 식량문제가 존재하는 한 GM 동식물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식탁에 GM 동물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M식품에 대한 대중과 시민단체의 저항이 큰 만큼 식품보다는 의약품으로 활용하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FDA는 2009년 GM 염소의 젖에서 뇌혈관에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하는 물질을 얻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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