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김재훈의 척추 이야기]<6>척추관 협착증 놔두면 꼬부랑 할머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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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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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성형술·미세현미경 감압술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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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모 할머니(72)는 몇 년 전부터 다리가 차갑고 시려 한여름에도 양말을 2개씩 신고 다녔다. 오래 걸으면 허리가 뻐근하고 두 다리 전체가 저려왔다. 하지만 조금 쉬거나 앉으면 괜찮아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내왔다.

최근엔 땅을 디디려 해도 다리에 힘이 없어 자꾸 비틀거렸고 다리에 힘을 줄 수도 없었다. 5분만 걸어도 양쪽 엉치부터 종아리까지 저렸고 터질 듯한 통증도 왔다. 허리를 굽혀야 통증이 사라지다 보니 점점 꼬부랑 할머니가 돼갔다. 병원을 찾은 끝에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백 할머니는 신경성형술 시술을 받고 다음날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다발을 보호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허리통증을 일으키거나 다리에 복합적인 신경증세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척추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지면 신경으로 가는 혈액이 순환되지 않고 피가 통하지 않아 신경에 손상이 오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 질환은 60대 이상에서 자주 발생하며 주된 증상은 다리가 무거워지는 것이다. 오랫동안 가만히 서있거나 보통 속도로 걸을 때 나타난다. 약간의 통증과 함께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이런 증상은 점점 빈번해지고 심해져서 50m만 걸어도 다리가 저린다.

증세가 심해지면 엉덩이 허벅지, 발바닥까지 통증이 온다. 혈액순환이 감소해 신경도 손상된다. 발이 늘 시리거나 뜨겁거나 따가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운동신경에 손상이 오면 다리가 가늘어지거나 대·소변에 지장이 올 수 있다.

보통 허리질환하면 허리디스크를 생각하기 쉽다. 허리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 증세가 비슷하다 보니 허리디스크로 오인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통증이 심해지지만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사라져서 점점 허리를 굽히게 된다. 결국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노인이 많다.

증상 초기에는 물리치료 보조기 운동요법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치료할 수 있지만 수술 치료가 필요한 때가 많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나이가 많아 수술을 부담스러워하다 치료시기를 놓친다. 최근에는 이런 고령 환자를 위해 신경성형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신경성형술을 시행할 땐 X-레이가 장착된 1mm정도의 특수관을 척추의 병변 부위에 접근시켜 추간판과 신경 압박부위까지 정확하게 집어넣는다. 이를 통해 눌린 신경을 풀어주거나 약물을 주입해 치료한다. X-레이 영상을 직접 보면서 치료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안전하다. 5∼10분의 짧은 시간 시술할 수 있어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흉터도 생기지 않는다. 체력이 약해 부담감을 갖고 있는 고령 환자들이나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골다공증 환자들에게도 안전하게 시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경성형술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다리 쪽으로 내려오는 신경이 눌려 다리가 저리면 수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환자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수술 부담을 줄인 ‘미세현미경 감압술’을 시행한다. 수술부위는 1.5∼2cm만 절개해도 된다. 회복이 빠르고 수혈할 필요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부분마취를 하므로 전신마취에 대한 부담감도 없어 다른 병을 함께 앓는 고령 환자들도 좀 더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김재훈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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