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프런티어 연구사업의 성과와 과제

  • Array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특허출원-기술마케팅 함께 진행… 기술이전 523건 수익 1900억원

이영무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석학교수(가운데) 연구팀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만 포집할 수 있는 분리막을 개발해 유명 학술지에 게재한 데 이어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에도 성공했다.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 제공
이영무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석학교수(가운데) 연구팀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만 포집할 수 있는 분리막을 개발해 유명 학술지에 게재한 데 이어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에도 성공했다.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 제공
‘2007년 10월 사이언스 지 논문 게재, 2009년 7월 미국 소재(素材) 기업인 ‘에어 프로덕트(Air Product)’에 기술 이전.’

이영무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석학교수 연구팀이 연구 개발한 ‘TR(Thermally rearranged) 고분자 분리막 기술’은 기초연구로 시작해 산업체로 성과가 이전된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팀이 개발한 것은 적절한 구멍 크기를 갖는 분리막을 활용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만 포집하는 기술.

이 교수는 1988년 한양대 교수 부임 이후 본격적으로 분리막 연구를 해 왔다. 2002년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기존보다 500배 이상 우수한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의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실렸고, 약 2년 뒤 기업에 이전됐다. 예상되는 기술 이전 수익이 300억 원에 이른다.

중장기 연구 성과가 기술로 이전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대균 경희대 유전공학과 교수가 주도한 유전체 활용 연구는 최근 화장품 회사에 이전됐으며, 김경탁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팀의 ‘수자원지리정보시스템(HyGIS)’ 등도 마찬가지다.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에 따르면 1999년부터 지원해 온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개발돼 기업 등으로 이전된 기술이 523건, 금액으로는 약 1900억 원에 달한다.

기초 원천 연구가 기술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특허 출원, 사업화를 염두에 둔 기술 컨설팅이 함께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연구도 초기부터 상품화를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었으며 컨설팅을 받은 후 사업화에 필요한 특허를 확보하고 기술 이전을 시도해 성공한 것이다.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 김태현 팀장은 “초기에는 특허 출원 지원이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기술 수요 분석 등 기술 마케팅 같은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연구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분야로 기술이 이전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연구는 애초에는 식품인 유산균 대체 상품 개발로 시작했지만 화장품 회사에 기술을 이전했고, 향후 제약 분야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 교수도 컨설팅 이후 이산화탄소 포집뿐 아니라 연료전지용 분리막, 수처리용 분리막 등도 개발하고 있다.

기술 이전이 가능한 연구 성과가 많아지고 있지만, 기술 수요자와 연구자를 연결해 주는 지원 기능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은 기술 이전 담당자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연방연구소기술이전컨소시엄(FLC)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의 성과 이전은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가, 대학의 연구 성과는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가, 연구소는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가 각각 담당한다. 이 교수는 “학교, 연구단, 연구소 등의 기술 이전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 간 정보 공유 등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 최건모 센터장은 “컨설팅 회사 등은 시장의 기술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이들을 활용하면 기술 예측 컨설팅뿐만 아니라 잠재력 있는 기술에 대한 직접 투자와 인큐베이팅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