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이 앗아간 자신감 되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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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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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방재건술 어디까지 왔나

윤을식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유방암 제거와 동시에 유방재건 수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동시에 수술하면 유방의 모습을 예쁘게 만들 수 있고 수술 흉터도 작게 남는 이점이 따른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윤을식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유방암 제거와 동시에 유방재건 수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동시에 수술하면 유방의 모습을 예쁘게 만들 수 있고 수술 흉터도 작게 남는 이점이 따른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 “가슴을 잘라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정말 가슴이 텅 비는 것 같았어요.” 40대 직장 여성 이모 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통해 왼쪽 가슴에 암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기에 발견돼 수술로 암 부위만 제거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암의 크기가 커서 그대로 보존하기 힘들다고 했다. 유방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이 씨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이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잘라내면서 동시에 옛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복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였다. 》

국내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 여성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는 1996년에 비해 2010년 4배 정도 늘었다. 2011년 현재 여성 25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30대가 14.3%, 40대가 40%를 차지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젊은 환자의 비중이 큰 편이다.

유방은 여성과 모성을 상징한다. 특히 젊은 여성이 유방을 절제한다면 그 심리적 충격은 남성의 거세에 비교될 정도라고 한다. 한쪽 유방이 없으면 신체적 불균형으로 인해 척추가 비뚤어지기 쉽다. 자세를 잡거나 옷을 입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보형물이 담긴 브래지어는 위치가 쉽게 변하고 수시로 땀이 차 불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방 제거 뒤, 또는 동시에 유방을 재건해 주는 수술에 대한 관심이 꽤 높아지고 있다.

유방재건술은 크게 실리콘 주머니로 된 보형물을 넣는 방법과 자신의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보형물 삽입은 수술 자체가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형물 주위의 조직이 딱딱해지거나 터질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촉감이 자신의 조직을 이식하는 것보다 떨어진다.

자신의 조직을 이식할 때는 주로 등이나 배의 조직을 사용한다. 특히 튀어나온 아랫배의 피부와 지방을 가슴으로 옮겨 유방을 만들면 보형물이나 등 조직에 비해 촉감이 더 자연스럽고 상당히 큰 유방도 재건할 수 있다. 아랫배도 날씬해지니 일거양득의 효과도 있다. 물론 아랫배의 지방을 이식한다고 해도 임신과 분만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유두도 고스란히 되살릴 수 있다. 주위 피부를 모아 만들기도 하고 정상인 다른 편 유두가 클 경우 일부를 잘라 이식하기도 한다. 거무스레한 유륜 부위는 피부색이 비슷한 생식기 주변의 조직을 이식하거나 문신으로 색을 넣어준다.

유방재건술을 받으면 보통 1주일에서 10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 2주 정도면 부기가 가라앉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가슴 모양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6개월∼1년 정도 걸린다.

수술 뒤에 방사선 및 항암 치료를 받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유방을 재건했다고 해서 암이 더 쉽게 재발하는 것도 아니고 재발한다고 해도 발견이 늦어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젖샘 등 유방 조직을 되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방의 모양만 갖출 뿐 수유 같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체의 불균형을 없애는 것은 물론 심리적 상실감도 채워주기 때문에 유방재건술은 젊은 유방암 환자 사이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치료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절제와 동시에 재건 수술을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때 유방외과 의사와 성형외과 의사가 함께 들어가 수술에 참여하니까 유방의 모습을 예쁘게 만들 수 있고 수술 흉터도 작게 남는다.

실제로 2012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 691명 중 40%에 이르는 273명은 유방재건술을 함께 받았다. 2003년 114명만이 두 수술을 동시에 받은 것에 비하면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고가의 수술비용이다. 유방암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유방재건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 전부를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유방재건술은 약 1500만∼2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최근까지만 해도 미용성형으로 분류돼 10%의 부가가치세가 과세됐지만 이 수술을 유방암 치료의 연장으로 인정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공포, 시행되면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도움말=손병호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이택종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윤을식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유방암#유방재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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