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문화의 일부” 장하석 英 케임브리지大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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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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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예술과의 교류 바람직”… 다양성 인정하는 유연성 강조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학문 간의 융합을 이끌 ‘초학제 프로그램’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등과학원 제공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학문 간의 융합을 이끌 ‘초학제 프로그램’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등과학원 제공
“과학은 단순히 눈앞의 성과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의 일부분으로 ‘문화’입니다.”

16일 서울 홍릉 고등과학원 캠퍼스에서 만난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46)는 과학사와 과학철학 분야의 권위자답게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묵직한 통찰력이 묻어 나왔다. 고등과학원에서 마련한 ‘초학제(超學際·Transdisciplinary) 연구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한국에서 ‘과학’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왜곡돼 있다며 걱정스러워했다.

“학교에서 과학을 주입식으로 배운 탓에 이미 밝혀진 사실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라면 과학에서 역사나 철학을 찾을 이유도 없고, 굳이 대중이 과학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는 거죠.”

장 교수는 진정한 과학이란 탐구하고 수정해 가면서 진리에 다가가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성과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고 주장한다. 과학이 문화로 받아들여질 때 인문학이나 예술 등과 교류하면서, 기존 학문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학제적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영국 더럼대에서 ‘물’이라는 주제로 열린 초학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화학에서 바라본 물’을 발표했는데, 물리학자 생태학자 예술가 등 다른 참석자들은 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현실 문제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관점이 모인다면 전혀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 있는 거죠.”

그동안 국내에선 학문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목소리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 초학제 과정을 운영한 적은 있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소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우는 흔치 않다.

장 교수는 “과거 기초연구에 투자했던 나라들이 현재 큰 성과를 맺은 것처럼 초학제 프로그램도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꾸준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유연성은 예측하기 힘든 미래를 대비하는 좋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은 답답하겠지만 계획대로 되는 미래란 없습니다. 유연성이 필요한 이유지요. 개개인의 유연성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유연성과 다양성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과학#문화#장하석#케임브리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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