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조용한 MRI·캐릭터 CT… 의료기기, 사람을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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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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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영상의학회 학술대회·박람회

미국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에는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도 참석했다. 그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환자들을 위해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이샘물기자 evey@donga.com
미국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에는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도 참석했다. 그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환자들을 위해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이샘물기자 evey@donga.com
북미영상의학회(RSNA)가 지난달 25∼30일 미국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개최한 제98회 정기 학술대회의 주제는 ‘환자 우선(Patient First)’이었다. 환자가 정확한 진단과 최대로 편안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알츠하이머병, 유방암, 심장병 등을 영상의학 기기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GE헬스케어를 비롯해 삼성, 도시바, 필립스, 지멘스 등의 업체가 참가한 의료기기 박람회도 열렸다.

○ 환자 편의 위주의 의료기기 출시

“일반적인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로 뇌를 촬영할 때 들리는 소리입니다. 들어보세요.”

매코믹 플레이스의 의료기기 박람회장에선 새로 나온 MRI 기능을 체험하는 행사가 열렸다. 직원 비키 씨가 일반적인 MRI 기기로 환자를 검사할 때 생기는 기계 소리를 들려줬다. ‘뚜’ 하는 커다란 소음이 들렸다. 공사장, 헬리콥터 소음에 맞먹는 110dB(데시벨)이었다.

많은 환자들이 MRI를 촬영할 때 소음으로 인한 고충을 호소한다. 특히 어린아이, 노인은 기계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두려움을 느껴 촬영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소리 때문에 검사 도중 몸을 움직여 촬영이 제대로 되지 않기도 한다.

비키 씨는 GE헬스케어의 ‘사일런트 스캔’ 기능을 적용한 MRI 기기로 뇌를 촬영한 소리를 틀어줬다. 검사하는 내내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일런트 스캔은 뇌를 촬영하는 환자들이 편안하게 MRI를 촬영할 수 있도록 소음을 없앴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수년 전 MRI의 소음을 듣고 ‘소리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자 ‘원래 MRI는 그렇다’는 말만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사일런트 스캔으로 소음으로 인한 문제는 사라졌다. 큰 혁신이다”라고 자부했다.

보통 MRI,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을 땐 조영제가 사용된다. 조영제는 진단을 정확하게 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종종 가려움, 호흡곤란, 혈압 저하 등 급성 부작용을 일으킨다. 심할 경우엔 급성·만성 신부전 같은 치명적인 신장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응급상황을 제외하고 병원에서 조영제를 사용하기 전에 신장 기능을 확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GE헬스케어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MRI 장비인 ‘디스커버리 MR 750w’를 개발했다. 보통 MRI를 촬영할 땐 환자의 머리 부분이 기기 속으로 먼저 들어가는데, 이 기기를 사용하면 발부터 기기에 넣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기기는 낯선 기기에 머리부터 들어가는 것에 대한 환자의 두려움을 없앴다.

GE헬스케어 코너엔 아이들의 놀이공간처럼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장소도 눈에 띄었다. CT 기기는 물론이고 주변의 벽이 알록달록한 무늬와 캐릭터로 덮여 있었다. CT를 두려워하는 어린이 환자가 편하게 진단받게 하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다. 미국의 15개 병원은 아이들을 위해 CT검사실을 이렇게 디자인해 놓았다. 아이들은 검사를 받기 전 ‘GE 어드벤처 시리즈’라는 제목의 색칠공부 책을 받은 뒤 하얀색 종이에 그려져 있는 CT 장비와 각종 캐릭터에 색을 칠한다. 그 뒤 CT를 촬영하면 아이들은 재미있는 모험세계에 다녀오는 느낌을 받아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 치밀유방 암 진단율 높여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은 유방촬영술을 받은 105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치밀유방을 갖고 있다면 설령 잘못된 검진 결과가 나오더라도 일단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재검사를 받겠다’고 응답했다. 유방조직의 밀도가 높은 치밀유방을 가진 사람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GE헬스케어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40%, 한국 여성의 60%가 치밀유방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방암의 흔한 증상은 유방에서 멍울이 만져지는 것이다. 그러나 멍울은 암이 진행돼 최소 1cm 이상 돼야 만져진다. 이 때문에 미리 정기적으로 유방촬영술을 받아야 하지만 치밀유방일 경우엔 암 덩어리가 가려져 제대로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GE헬스케어는 치밀유방을 잘 진단하는 초음파 방식의 3D 진단기기인 ‘somo·v’를 선보였다.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GE헬스케어의 모바일 X레이 장비인 ‘옵티마XR220amx’도 관심을 모았다. 환자가 굳이 검사실로 가지 않아도 되고, 기기 사이즈가 작은데도 정확한 결과를 제공해 호평을 받았다. 촬영 뒤에는 환자에게 방사선 피폭량도 알려준다.

‘옵티마 CT660’와 ‘CT750 HD 프리덤’도 화제였다. 이 기기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심장의 관상동맥을 정지상태에서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포착했다. ‘CT750 HD 프리덤’은 한 번의 촬영으로 다양한 심장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데다 ‘스냅샷 펄스’ 기능을 이용할 경우 기존 CT에 비해 방사선 피폭량이 최대 80%까지 적었다. 이멀트 회장은 “이런 기술은 단순한 개선이 아닌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로의 비약적인 발전”이라며 “GE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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