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53만명 넘어서… 가족들이 알아야할 간병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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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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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혼자 두는 건 금물… 옆에서 자주 말걸어라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53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보다 지원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치매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가족이다.

집에서 치매 환자를 모신다면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없을까.

○ 치매 환자를 홀로 두지 마라


치매 환자를 집에 혼자 둬서는 안 된다. 치매 환자는 아이와 같다. 아기가 엄마와 떨어지면 분리불안 증상이 나타난다. 울면서 엄마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치매 환자도 이와 비슷하다.

집에 혼자 떨어져 있으면 치매 환자들은 “나는 버림받았다. 나는 수용소에 있다. 병원에 버리고 가족들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가 실종되기도 한다. 상당수는 ‘가족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혼자 두면 치매증상도 더 심해진다. 치매는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상태를 뜻한다. 이를 막으려면 옆에서 말벗이 되어 주고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 낮시간에는 병원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인지치료센터에 다니는 것이 좋다.

운동도 시켜야 한다. 활동은 뇌기능을 끌어올린다. 치매 환자들은 유독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좋아한다. 젊었을 때 좋아했던 노래를 틀어주면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 기억하기를 강요하지 마라

안타깝지만 치매 환자가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법은 없다. 환자 잘못이 아니다. 해마가 손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억력을 높이려고 애쓰기보다는 뇌활동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가족들이 잘하는 실수가 환자의 기억력을 시험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거 세 가지 외워 보세요. 제가 좀 있다 물어볼 거예요”라는 식은 옳지 않다. 환자들은 암기의 목적 자체를 잊어버리는데 어떤 보호자들은 “이것도 못 외우냐”며 화를 내거나 찡그린다. 이러면 치매 환자는 더욱 위축된다. 불안감과 절망감만 남는다.

이보다는 가족이 공유하는 추억을 끄집어내는 게 좋다. 사진첩을 보여주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기억이 아닌 과거의 기억도 해마를 자극시킨다. 이 기억들도 해마를 거쳐 나오는 만큼 뇌활동에 도움이 된다.

○ 소리치고 화낸다면 이유를 찾아라

치매가 의심돼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가 그림을 보며 설명하는 신경심리검사를 받고 있다. 초기에 약물치료와 인지치료를 병행하면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치매가 의심돼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가 그림을 보며 설명하는 신경심리검사를 받고 있다. 초기에 약물치료와 인지치료를 병행하면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환자가 이유 없이 고함을 치면서 화를 낼 때 보호자들은 가장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는 보호자가 환자의 욕구를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치매 환자는 혼자 대소변을 해결하지 못할 때가 많아 생식기나 방광에 염증이 잘 생긴다. 소변보는 곳이 아프거나 소변을 보고 싶어서 고함을 칠 때가 많다. 소변검사를 받아 보면 염증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변 문제가 아니라면 어디가 불편한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관절을 눌러보거나 몸에 상처가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자.

○ 주관식이 아닌, 객관식으로 물어라

환자들은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환자 얼굴을 보면서 단어를 천천히 말하는 것이 좋다. 환자의 뒤에서 말하면 잘 알아듣지 못한다.

질문하는 방식도 객관식이 좋다. 예를 들어, “오늘 뭐 먹고 싶어요”라고 물어 보는 것보다는 “오늘 점심에는 카레가 있고, 라면이 있고, 볶음밥이 있는데 뭐 드실래요”라고 얼굴을 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도록 한다.

간혹 환자라는 이유로 집안일도 안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빨래 개기 등 간단한 일은 매일 조금씩 시키는 것이 좋다. 잘 못해도 좋다. 평소 환자는 자기 자신을 쓸모없다고 느낀다. 그러나 집안일에 참여하면 성취감을 느낀다. 손발 감각을 계속 자극하는 것도 부수적인 이득이다.

○ 감정에 대한 기억은 오래간다

치매 환자는 기억은 잃어가지만 감정은 오래도록 간직한다. 따라서 위협적인 표정은 환자의 감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환자들은 가족의 억양에서도 공포를 느낀다.

치매 환자들이 가족을 힘들게 하는 것 중 또 하나가 “물건이 없어졌다. 누가 가져갔어”라며 화를 낼 때다. 이때 가족들이 같이 화를 내거나 환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하면 서로가 힘들다. 차라리 비슷한 물건을 몇 개 준비해뒀다가 “여기 발견했다”라는 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 간병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 새콤달콤한 초무침이 제격

영양도 신경 써야 한다. 치매 환자는 체중이 줄어든다. 해마 근처에 후각을 느끼는 피질이 있는데 이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코를 잡고 식사하면 아무런 맛을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프랑크소시지케첩볶음, 초무침 같은 새콤달콤한 음식이 좋다. 환자가 젊을 때 잘 먹던 음식을 지금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잘 안 먹는 음식은 치우고 새콤달콤한, 미각을 자극하는 요리로 식단을 채우는 것이 효과가 있다.

보호자도 쉬어야 한다. 일주일에 최소 하루는 요일을 지정해 다른 가족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바깥바람을 쐬어야 한다.

(도움말=양동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치매#간병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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