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해진 아내, 혹시 가을 우울증? 햇볕이 보약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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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상준 씨(37)는 가을로 접어들면 딴사람이 된다. 활동적인 편이지만 사람들과 약속하는 것을 꺼리고 혼자 있으려고만 한다. 스스로 우울하다고 생각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봄이 오면 다시 활동적이고 의욕적인 사람으로 바뀐다.

가을에는 많은 사람이 우울한 감정을 느끼기 쉽다. 딱 부러진 이유는 없다. 그런데 왜 우울한 감정이 드는 것일까. 가을철 우울증의 발생 이유와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 햇빛 줄어들고 신체리듬 깨져

우울증은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생화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뇌 내부의 신경전달 물질이 우울증 발생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생화학적 설명이다. 가족력이 우울증의 원인이라 하면 유전적 설명이 된다. 실연,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도 우울증을 일으킨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우울증이 도지기도 한다.

가을철 우울증은 생화학적 요인에 해당된다. 가을에는 햇빛의 양이 줄어든다. 햇빛이 줄어들면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분비량이 줄어드니 이 리듬도 깨진다. 우울증이 생기는 원리다.

우울증은 일조량 차가 적은 적도 부근에선 드물게 발생한다. 위도가 높아질수록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의학계에선 북유럽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본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이상 계절성 우울증에 더 많이 걸린다.

○ 일반적인 우울증과 다른 증상

가을에는 햇빛의 양이 줄어들고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분비된다. 이 때문에 생체리듬이 깨지고 우울증이 생긴다.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규칙적인 신체리듬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동아일보DB
가을에는 햇빛의 양이 줄어들고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분비된다. 이 때문에 생체리듬이 깨지고 우울증이 생긴다.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규칙적인 신체리듬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동아일보DB
통상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 겨울철에 우울증이 시작되고 일조량이 늘어나는 봄, 여름에 증상이 저절로 회복된다. 이런 증세는 매년 반복된다. 일종의 ‘계절성 우울증’이다.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면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우울한 마음을 느낄 뿐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울증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서 치료를 받아야 할 때도 있다.

기분이 우울하고 쉽게 피로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모습이 전형적이다. 예민해지기도 한다. 가을, 겨울에는 사람들이 식욕, 수면 등에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계절성 우울증이란 진단은 사회적, 직업적으로 명백한 기능 장애가 동반되거나 심각한 정신적 고통이 동반될 때 내려진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불면증, 식욕 저하 등이 발생하지만 계절적인 우울증은 잠을 많이 자고 식욕은 왕성해진다. 입맛이 좋아져서 탄수화물 섭취가 늘고 살이 더 찐다.

○ 햇볕이나 인공 광선을 쬐면 증세 호전

계절성 우울증은 치료를 받지 않아도 계절이 바뀌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치료를 받으면 더 빨리 좋아진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1, 2시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이다. 우울증세를 보일 때마다 햇볕을 쬐는 게 좋다.

전문적인 치료법은 광선치료와 약물치료로 나뉜다. 광선치료는 강력한 광선을 쬐여 파괴된 신체리듬을 회복하게 하는 방법이다. 라이트박스 형태의 기구를 사용하는데, 아주 강한 빛을 일정 기간 규칙적으로 쬐여 주면 멜라토닌의 분비량을 늘려 우울 증상을 줄인다.

라이트박스는 일반 가정의 조명보다 25배 이상 밝다. 가을이나 초겨울에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적이다. 빛의 세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30분에서 2시간 정도 빛을 쬐면 된다. 저녁보다는 아침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라이트박스에서 60∼80cm 거리에 앉아서 머리를 광원 쪽으로 향한다. 눈을 뜬 채로 있지만 광원을 직접 볼 필요는 없다. 치료를 하는 동안 자유롭게 읽고, 쓰고, 먹으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광선치료는 3∼7일째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3∼4주 지나면 증상이 호전된다. 불면, 두통, 눈의 피로감 등의 부작용도 있다. 빛에 예민하거나 항생제, 항정신병 약을 복용할 때는 광선치료를 피하는 게 좋다.

광선치료를 받았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효과는 광선치료와 유사하다. 부작용으로는 불면, 설사, 성욕 감소 등이 있다.

○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우울증 예방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평소 규칙적인 신체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충분하게 잔다. 건강식을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야외에서 정기적으로 햇볕을 쬐고 운동하는 것도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계절에 따라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 살피는 것도 필수다. 기분이 점점 나빠진다면 일찍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술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으나 이후에는 우울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피해야 한다. 가족, 친구 등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우울증은 70∼90%가 완치된다. 하지만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본인뿐 아니라 주위에 가을만 되면 심한 우울증세가 나타나는 이가 있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도록 하는 게 좋다.

(도움말=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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