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지름 4cm 구멍 하나로 종양제거… 폐암수술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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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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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구로병원 폐암 진료팀

20년간 매일 담배 1갑씩 피워온 직장인 김모 씨(43)는 지난해부터 마른기침과 가래가 잦아졌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고 가슴에 통증까지 느껴졌다. 김 씨는 운동부족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근 건강검진에서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 걱정이 더 커졌다.

김 씨는 고려대 구로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았다. 폐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이 곧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 팀은 김 씨의 옆구리에 지름 4cm의 구멍을 내고 흉강경과 수술기구를 넣어 암을 제거했다. ‘싱글포트 흉강경’ 폐암 수술이다. 김 씨는 현재 항암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 마른기침, 가래 자주 나오면 의심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가 흉강경을 이용해서 지름 4㎝ 구멍 한 곳만 절개하는 ‘싱글포트 흉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수술을 지금까지 30회 이상 진행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가 흉강경을 이용해서 지름 4㎝ 구멍 한 곳만 절개하는 ‘싱글포트 흉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수술을 지금까지 30회 이상 진행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성인 남성의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여성 폐암은 증가 추세다. 폐암은 진단 이후 5년 이내에 환자의 85%가 숨진다. 폐암의 증상은 환자가 느끼기에 미미하다. 감기, 만성 기관지염 등 가벼운 질환과 증세가 비슷하다. 가벼운 질환으로 생각하다가 뒤늦게 폐암으로 밝혀지면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될 수 있다. 흡연자는 사소한 호흡기 증상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증상은 마른기침과 가래다. 폐암에 걸리면 기침할 때 피가 나오거나 혈액이 섞인 가래가 자주 나온다. 가슴통증, 호흡곤란 증세도 있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목이 쉬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진다. 목과 얼굴 부위가 붓기도 한다. 종양이 신경조직까지 침범하면 어깨, 팔, 손에 통증이 생기고 근력이 저하된다. 피로와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세도 나타난다.

폐암은 흉부 X레이 촬영 외에 가래에서 암세포를 발견하는 ‘객담 세포진 검사’를 통해 밝혀낸다. 만 45세 이상의 흡연자는 기침 등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흉부 X레이 촬영에서 의심이 생기면 흉부 컴퓨터촬영으로 폐에 종양이 있는지 확인한다. 조직검사를 통해서는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폐암인지를 확인한다. 폐암은 병세에 따라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으로 치료 방식을 결정한다.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실시한다.

○ 절개는 최소화하고 표적치료제는 먹고

폐암은 3기 초반까지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이전에 항암치료를 2, 3차례 받아서 종양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기도 한다. 수술 이후엔 병세를 진단해 상황에 맞춰 추가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실시한다.

폐암 수술은 암이 발생한 부위를 제거한 뒤 인근 림프절을 함께 절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환자마다 암의 진행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수술방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꽤 있다. 과도하게 림프절을 절제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흉강경을 이용해서 상처부위와 수술 이후 통증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 제기됐다.

폐암 수술이 어렵거나 수술을 받은 뒤에도 폐암 세포가 남으면 표적 항암치료를 실시한다. 3, 4주마다 입원해 치료를 받는다. 입원하지 않고 하루 동안 항암치료실에서 간단하게 항암제를 투여 받는 방법도 있다.

먹는 표적치료제도 있다. 부작용이 적은 항암 치료약이 많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항암제의 독성을 우려해 섣불리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게 좋다.

의사와 상담을 먼저 한 뒤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방사선치료는 항암요법과 동시에 또는 항암치료를 마친 후에 받는다.

○ 6개 진료과 전문의로 진료팀 가동

고려대 구로병원은 호흡기내과 등 6개 진료과의 의료진이 함께 진료계획을 짠다. ‘폐암 다학제 진료팀’이란 불린다. 일종의 폐암치료 드림팀인 셈이다.

호흡기내과 강경호, 심재정 교수를 중심으로 조기 폐암검진 클리닉을 운영한다. 2005년 국내 최초로 폐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형광내시경을 도입했다. 형광내시경을 통해서는 암으로 변하기 이전 상태의 세포나 조기 암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종전의 백색광 내시경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찾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상판독은 영상의학과 강은영 교수, 조직검사는 병리과 김한겸 교수가 담당한다. CT와 MRI는 최신 장비로 갖췄다. CT는 검사 시간이 짧아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폐암 수술도 흉강경을 이용해 한다. 덕분에 수술 상처를 줄일 수 있다. 흉강경을 이용한 수술을 하려면 일반적으로 3곳을 절개한다.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는 4월 국내 최초로 지름 4cm 구멍 한 곳만 절개하는 싱글포트 흉강경 수술을 성공했다.

현재까지 30회 이상 수술을 진행했다. 2007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암세포의 전이 여부를 판단해 수술 부위를 줄이는 ‘감시림프절 생검’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고려대 구로병원만 실시하고 있다.

방사선종양학과 양대식 교수는 방사선치료를 담당한다. 고에너지 방사선만을 이용해 몸 안에 있는 암세포만 제거한다.

영상유도방사선치료를 이용해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종양 및 장기를 분석한 뒤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쏘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정상조직의 손상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이는 방법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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