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심정지 환자, 1분 이내 심폐소생술로 생존율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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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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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비 환자 대처 요령

급성심정지 환자를 살리려면 처음 발견한 사람의 대응부터 119 이송, 병원 처치 등 전 과정이중요하다. 특히 초기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게 중요하므로 방법을 익혀두는 게 좋다.
급성심정지 환자를 살리려면 처음 발견한 사람
의 대응부터 119 이송, 병원 처치 등 전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초기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게 중요하므로 방법을 익혀두는 게 좋다.
지난달 초 서울시내의 수영장 탈의실에서 58세 여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이를 목격한 수영 코치는 119에 바로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응급대원은 제세동기를 가동해 멈춘 심장을 살려냈다. 환자는 인근 고려대병원 응급실로 신속하게 이송됐다. 심장은 뛰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고려대병원 응급의학과와 순환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집중치료를 했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었다.

○ 가슴 아프면 빨리 병원 가야

이 여성은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다. 지금은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심장이 마비됐는데도 온전한 정신으로 퇴원하는 비율은 전체의 1% 내외에 불과하다. 병원 밖에서 심장이 멈춘 환자의 10%만이 병원에 생존한 채로 도착한다. 이 가운데 살아서 나가는 비율은 3.6%이니 전체적으로는 심장마비 환자의 1% 정도만 목숨을 구한다.

심장마비는 말 그대로 심장이 멈춰버리는 현상을 뜻한다. 급성 심정지 또는 돌연 심장사라고도 한다. 급성 심정지는 보통 가슴에 통증이나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증상이 갑자기 심해지는데 대부분 “쥐어짜는 듯이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통증은 가슴 중앙에서 좌측 어깨로 퍼져 나간다.

갑자기 증상이 심해지면 1시간 이내에 숨질 수도 있다. 이런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로 신고해야 한다. 또 병원에 가는 도중 급성 심정지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도록 한다. 환자의 상황이 좋아 보여도 가급적이면 구급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자기 차량 운전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탁하도록 하자.

○ 뇌 손상 막기 위한 심폐소생술


이런 전조증상을 놓쳐 급성 심정지가 발생해 사람이 쓰러졌다고 하자. 이때는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즉시 119에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한다. 119 구급차를 기다리는 사이 뇌가 손상된다. 급성 심정지가 일어난 후 1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을 40%가량 높일 수 있다. 심폐소생술이 1분 늦어질 때마다 10%씩 생존율이 낮아진다. 심정지가 나타나고 4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시작된다.

쓰러지는 사람을 목격하였거나 쓰러져 있는 환자를 발견했을 때는 즉시 환자 곁으로 가서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봐야 한다. 환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정상적인 호흡 여부를 확인한다. 정상적인 호흡이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움직임이 보이는 규칙적인 호흡을 의미한다. 환자가 반응이 없고, 정상적인 호흡을 보이지 않으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고 119 신고 및 자동제세동기를 갖다달라고 요청한다. 한 사람은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이 좋다.

119 구급차가 오는 사이 흉부압박을 시행해야 한다. 흉부압박은 가슴뼈의 아래쪽 반을 힘껏(깊이 5cm 이상), 빠르게(1분에 100회 이상) 시행한다. 흉부압박 30회 후 인공호흡을 실시한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정확한 방법으로 흉부압박만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흉부압박 30회 후 인공호흡을 2회 시행한다. 환자 머리를 뒤로 기울인 뒤, 턱을 들고 두 손가락으로 코를 막은 다음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숨을 불어넣어 주면 된다. 보통 호흡으로 1초씩 2회 시행한다. 인공호흡이 끝나면 다시 흉부압박을 시행한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계속한다.

○ ‘다섯 박자’ 맞아야 뇌까지 살린다

생존의 고리 중 하나라도 끊어지면 생명을 살릴 수 없다. 생존의 고리란 심정지 환자가 뇌손상 없이 병원을 걸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5단계다. 조기 발견과 119 신고→신속한 심폐소생술→적절한 제세동기 사용→119의 효과적인 병원 이송→적절한 처치를 말한다.

위 여성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심정지 이후에 △수영강사가 즉시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수영강사가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며 △119가 도착해 제세동을 실시해 심장을 다시 뛰게 했고 △병원으로 즉시 이송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는 5단계 생존의 고리가 잘 이어졌기 때문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심정지 환자를 살리려면 병원만 잘해서는 안 된다. 고려대 안암병원이 성북구 단체들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한 이유다.

보건소와 시민단체는 성북구 내에서 언제 어디서든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누구나 즉각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도록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을 적극 교육하기로 했다. 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제세동기 설치를 지원 및 독려하고, 119는 환자를 신속히 이송하기로 약속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응급의학과,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심정지 치료센터’를 개설하기로 했다. 전문의 외에도 기본인명구조술 지도사가 집중치료를 돕기 위해 배치돼 있다.

고려대병원 박승하 원장은 “우리 병원의 응급의료체계 중 심정지 분야에 대해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 평가단도 극찬했다. 지역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이번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2009년에 이어 올해도 JCI 재인증을 받았다. 국제표준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만이 가능하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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