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이상곤 박사의 맛있는 동의보감 이야기]<6>석창포, 귀와 머리를 맑고 총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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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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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우아한 여름나기 비법은 무엇일까. 못 쓰는 항아리 뚜껑 위에 물을 채워 작은 호수를 만들자. 거기에 돌을 얹고 그 틈에 석창포를 심어 바다나 호수, 섬이라 상상하자. 마음으로 더위를 식히는 방법이다.

석창포는 예부터 선비의 우아함과 지혜의 상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실제 석창포는 총기를 더해주는 대표 약재로 동의보감에 나오는 총명탕의 주재료다. 또 이른바 기억력 증진 처방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한 가지 약재가 바로 석창포다. 유심히 보면 총명탕이라고 할 때 ‘총기 총(聰)’자에는 ‘귀 이(耳)’가 들어가 있다. 총명하려면 청력도 좋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석창포는 동의보감에서 난치질환으로 알려진 난청과 귀울음(이명)을 개선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약재로 적고 있다.

그렇다면 귀와 석창포는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어떤 원리로 청력을 강화하고 이명을 없앨 수 있을까. 이를 설명하려면 우선 귀와 물의 관계부터 알아봐야 한다.

귀는 차가운 기관이다. 뜨거운 불에 손을 데면 우리가 귓바퀴를 잡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공포영화에 소리가 없으면 무덤덤해지듯 귀는 어둡고 차가운 공포를 주관하는 곳이다. 생긴 모양도 외부는 넓고 내부는 수축하면서 좁아져 소리를 응축하는 구심성의 음적(陰的)기관이다. 한의학에서는 뜨겁고 팽창하는 힘은 화(火)이며 차갑고 수축하는 힘은 수(水)다. 귀는 확실히 음적이며 물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로 귀 속은 림프액이라는 물로 가득 차 있다. 귀는 평형을 유지하는 전정기관과 소리를 담당하는 달팽이관이라는 두 개의 기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모두 물로서 기능을 유지한다. 평형이라면 자세에서 생기는 평형만 생각하겠지만 물이 고요해지면 수평을 이루듯 수평의 힘을 이용해 평형이 유지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평형장애인 ‘메니에르 증후군’도 피로해지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임파액이라는 물의 흐름이 멈추거나 많이 분비돼 생기는 질환이다. 치료방법으로 이뇨제를 쓰는 점을 감안하면 귀와 물이 깊은 관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소리를 듣는 것도 물의 능력이다. 소리를 응축한 힘으로 귀안의 물(림프액)에 파동을 만들고, 그 힘을 전기적 힘으로 바꾸어 뇌가 인식한다.

석창포는 흙이 없는 깨진 돌 틈에서 자라 물을 뚫고 하늘을 향해 자란다. 사철 푸르며 향기가 강렬하다. 맛이 맵고 따뜻하기 때문에 양기가 왕성한 점이 특징이다. 물에서 자란 것은 물을 잘 배설한다. 깨진 돌 틈은 물보다 더 찬 상태. 석창포는 가장 찬 상태를 깨치고 물을 배설하면서 귀를 밝히는 작용을 한다.

선조들은 가장 차고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은 정보를 파악하는 게 소리의 힘이자 귀의 능력이라 봤다. 귀밝이술은 가장 추운 정월 대보름에 가장 매운 술의 능력으로 청력 개선을 도모한 것으로 선조의 혜안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명, 건망증, 치매라는 질병은 현대인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스트레스를 없애면서 뇌를 상쾌하게 해주는 효능은 앞으로 석창포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약물임을 보여준다. 전남 해남에서 대량 재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농민과 국민 모두에게 고무적이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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