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유전공학… 전복에 칩 심어 명품형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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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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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껍데기에 하얀색 딱지가 붙어 있다. 이 딱지에는 어미 전복의 서식지, 형질 등에 대한 정보가 담긴 작은 칩이 들어 있다. 거제=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전복 껍데기에 하얀색 딱지가 붙어 있다. 이 딱지에는 어미 전복의 서식지, 형질 등에 대한 정보가 담긴 작은 칩이 들어 있다. 거제=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전복 껍데기에 붙어있는 흰색 동그란 딱지 속에 아주 작은 전자 칩이 들어있어요. 판독기를 대면 이 전복의 어미뿐 아니라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죠.”

지난달 27일 찾아간 경남 거제시 남부면 국립수산과학원 육종연구센터 연구동. 이곳에는 가로 1m, 세로 8m, 높이 80cm 크기의 수조가 10개 정도 있다. 수조에는 새끼 전복 수만 마리가 살고 있다. 수산과학원 박철지 연구원은 전복 수조에서 연구 중인 전복을 꺼내 보이며 “치밀한 관리로 전복의 성장 속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 ‘족보 전복’ 만들어 성장 속도 높여

수산과학원은 2004년부터 성장이 빠른 전복에 대해 연구해왔다. 지난해 5월에는 빨리 자라는 전복 개량에 성공했고 현재 확인 중이다. 보통 전복이 완전히 자라는 데 4∼5년이 걸리지만, 이번에 개발한 전복은 성장 속도가 적어도 30% 이상 빠를 것으로 추정된다. 박 연구원은 “각 개체의 형질과 유전정보를 모두 입력한 혈통관리시스템으로 우수한 형질의 전복을 선별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전복이 근친교배를 하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 혈통이 먼 전복끼리 교배해야 한다. 그러나 전복은 한 번에 수십만 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친자 확인이 어렵다. 수산과학원은 전복의 유전 정보와 형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복 족보’를 만들어 근친교배를 막았다. 전복 족보에 유전 형질도 기록해 성장이 빠른 개체들끼리 교배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성장이 빠른 전복 품종을 바다에서 길러보는 실증 시험을 하고 있다. 검증이 끝나는 2015년 이후 양식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박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환경에서 잘 견디는 전복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산과학원은 또 2010년에 성장이 빠르고 질병에 강한 ‘킹 넙치’를 개발했으며 돌돔과 멍게 육종 연구도 진행 중이다.

○ ‘분자마커’ 활용한 질병에 강한 식물

일반 고추는 탄저병에 걸렸지만 서울대 식물분자육종사업단과 ㈜고추와육종이 개발한 품종은 탄저병에 걸리지 않았다. 고추와육종 제공
일반 고추는 탄저병에 걸렸지만 서울대 식물분자육종사업단과 ㈜고추와육종이 개발한 품종은 탄저병에 걸리지 않았다. 고추와육종 제공
고추 배추 등 식물 육종에는 ‘분자마커’를 활용한다. 분자마커는 각 생물의 형질 정보를 나타내므로 이것을 보면 후대의 특징을 미리 알 수 있다. 개체가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전통 육종 방식보다 시간과 노력이 적게 든다.

서울대 식물분자육종사업단과 바이오 벤처기업인 ㈜고추와육종은 지난해 11월 분자마커를 활용해 ‘탄저병에 강한 고추’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남미 고추인 ‘캅시쿰 바카툼’이 탄저병에 강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 품종과 우리 고추인 ‘캅시쿰 아눔’의 교잡종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우리 고추와 몇 차례 교배해 탄저병에 강하고 우리 토양에 맞는 신품종을 생산했다. 이 품종을 올해 8월 다른 질병에 강한 고추와 다시 교배해 ‘슈퍼 고추’로 만들 예정이다.

한편 충남대 배추분자마커연구사업단도 분자마커를 활용해 노균병을 이기는 배추 품종 ‘사강’을 개발했다. 노균병에 걸리면 배추 잎에 노란 반점이 생겨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 ‘명품한우’ 육종 기간 절반으로 줄여

국립축산과학원은 한우 품종 개량에 호주 연구진이 개발한 ‘메이트셀(MateSel)’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고추나 배추처럼 특별한 형질을 갖는 한우 품종을 짧은 시간에 키울 수 있다.

한우 육종에는 주로 수소를 이용한다. 암소보다 유전 형질을 빨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산과학원 이승환 연구원은 “기존에는 송아지를 키워 도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 씨수소가 어떤 형질을 전할지 파악하는 데 6년 정도 걸렸다”며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씨수소의 후손이 어떤 모습이 될지 송아지 때 미리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으로 어떤 한우가 마블링이 우수한 자식을 낳을지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6년에서 3년으로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현재까지 한우 900여 마리의 유전 정보를 모았는데, 앞으로 2000마리의 유전 정보를 축적할 계획”이라며 “육종을 빠르게 하면 한우 품질을 고르게 높일 수 있어 한우 세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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