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처방대로 약 챙겨드시나요? 만성질환자 의사지시 꼭 따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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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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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자등 복약순응도 낮아… 규칙적 복용 잘 안해
심혈관질환자 아스피린만 챙겨도 심근경색 절반 줄어

《회사원 이덕규 씨(55·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판정을 받았다. 5년 전부터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먹고 있는데, 이제 당뇨병 약까지…. 하루에 3번 챙겨 먹는 약만 해도 한 번에 4개가 넘는다. 매일 약을 챙겨먹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복약순응도’가 떨어지고 한 달 치 처방받은 약의 절반 이상이 남을 때도 있다. 복약순응도란 의사 혹은 약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날과 시간, 횟수에 맞춰 복용하고, 그들의 충고나 지시를 따르는 정도를 말한다. 복약순응도가 떨어지면 약 내성을 키워 병을 악화시킨다.

나승운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자는 약물치료 초기 단계부터 약물치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12~18개월의 주기로 반복적인 복약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 잘 먹지 않는 이유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요일을 표시함으로써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을 돕도록 만든 바이엘 아스피린 프로텍트 캘린더 팩. 바이엘 헬스케어 제공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요일을 표시함으로써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을 돕도록 만든 바이엘 아스피린 프로텍트 캘린더 팩. 바이엘 헬스케어 제공
2008년 한국의료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만성질환자 10명 중 2명은 처방약을 정해진 방법대로 복용하지 않는다. 이들이 처방약을 정해진 방법대로 복용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했다.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가 53%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증상이 완화되어서(나아서)’ 24%, ‘약을 자꾸 먹으면 몸에 나쁠까봐’ 13% 등의 순이었다. 자신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먹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증상이 좋아진 것 같아서’ 같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약을 복용하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만성질환은 장기간의 약물 치료가 필요하므로 급성질환과 비교해 복약순응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또 만성질환은 의약품 사용 기간이 길어 의료비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복약순응도가 낮으면 가계 및 보험 재정과 같은 사회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복약순응도 95% 이상일 때 심근경색 발병률 51% 낮아져

만성질환 중에서 세계 사망률 1위 질환은 심뇌혈관질환이다. 심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에서도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적 부작용도 막대해 연간 지출하는 사회·경제적 비용만도 12조4053억 원에 이른다.

심혈관질환의 대표적인 예방제인 저용량 아스피린의 복약순응도를 조사한 결과 심근경색 2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처방받은 한국 환자의 40%가 아스피린을 규칙적으로 복용하지 않았다.

유럽의 29%, 남미 35%, 아시아 태평양 국가 37%보다 높은 수치다. 심혈관질환의 경우 아스피린의 복약순응도가 95% 이상이면 심근경색 발생률이 51% 감소하지만 아스피린 복약순응도가 50% 미만인 경우 심근경색을 17%만 감소시킨다.

고혈압과 당뇨병도 마찬가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약물을 빠뜨리지 않고 복용하는 비율이 80% 미만인 고혈압환자는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환자보다 심뇌혈관질환으로 입원할 위험이 2.38배 높고, 심뇌혈관질환 발생위험도 1.93배 높았다. 당뇨병의 경우 이 비율이 80% 미만일 때 당뇨병으로 인해 입원할 확률이 1.14배 높다.

○복약순응도를 높이자

최근 만성질환의 경우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각종 방법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약 ‘바이엘 아스피린 프로텍트 캘린더 팩’의 경우 약 패키지에 ‘월화수목금토일’ 요일을 기입했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저용량 아스피린을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한데, 평소 복용을 자주 깜빡하는 환자들을 위해 패키지에 요일을 기입한 것이다.

만성 고혈압환자는 장기 복용 시 약제에 내성이 생겨 두 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 계열 이상의 약물들을 단일 복합제로 만들 경우, 환자들이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의 개수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고 복용순응도도 높아진다.

계열별로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제들로 단일 복합제를 개발해 고혈압 환자의 불편을 해소해준 대표적인 예로 고혈압 복합제 ‘엑스포지’가 있다. 이 밖에도 알약을 삼키기 힘든 고령 환자가 물 없이 먹을 수 있는 치매약 ‘한미약품 도네질OD정(Oral Disintegrating)’이 지난해 6월 출시됐다. 약 복용을 거부하거나 삼키기 어려운 치매환자에게도 처방된다.

최근엔 스마트폰을 통해 하루 한 번 복용 시간에 알람 신호를 주거나, 약에 대한 정보와 복용 방법 및 부작용 등을 자세히 알려주는 ‘복약 도우미’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를 얻고 있다.

천식 치료제의 경우도 기존의 코로 흡입하는 형태에서 먹는 알약 형태로 나오고 있다. ‘한국MSD의 싱귤레어’는 경구용으로 개발돼 흡입제 사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영·유아, 고령 환자들도 간편하게 천식 증상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유식에 타서 먹일 수 있는 영아용 세립형 제제와 어린이들이 씹어먹을 수 있는 체리향의 말랑말랑한 츄정도 나와 있어 약물 복용에 대한 거부감 없이 천식을 치료할 수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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