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Q: 블랙홀이 별을 계속 삼키면 은하계는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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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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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우주팽창 여부따라 결과 달라져

《블랙홀이 별을 삼키며 빛을 내는 장면을 처음 포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블랙홀이 이런 식으로 별과 모든 것을 삼키면 결국 우리 은하계는 없어지고 마는 것인가? 인간이 지금까지 알아낸, 블랙홀에 대한 실체는 무엇인가? (ID unea****)》

결론부터 간략하게 말한다면 우주가 현재와 같은 팽창을 계속할 경우 블랙홀은 은하 내부 별들을 모두 삼킨 후 스스로 사라질 운명을 가지고 타고났다. 하지만 우주의 정확한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은하 중심부에는 거대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은하 내부의 모든 별은 블랙홀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주는 가속 팽창하고 있다. 은하 중심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별들의 운명은 우주가 현재와 같은 팽창을 계속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먼저 우주가 현재와 같은 비율로 영원히 팽창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블랙홀 주위를 도는 별들은 중력파를 방출하면서 회전에너지를 잃어버리고 블랙홀로 점점 다가가서 결국은 블랙홀에 흡수될 것이다.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할 때 방출되는데, 전하를 가진 전자를 흔들어 주면 전자기파가 방출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태양과 같은 위치에 있는 별이 중력파를 방출하면서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로 흡수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우주 나이에 비해 너무 길어서, 태양이 그 수명을 다하여 백색왜성이 될 때까지 중력파 방출로 줄어드는 거리는 거의 무시할 만하다. 결국 주위의 물질과 함께 백색왜성으로 블랙홀에 흡수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블랙홀도 호킹 복사에 의해 빛을 방출하여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은 현재 주위로부터 흡수하는 물질이 너무 많아 호킹 복사는 무시할 수 있다. 은하 중심의 블랙홀이 은하의 모든 물질을 삼킨 후에는, 블랙홀이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는 우주 배경 복사만이 남게 된다. 우주가 현재와 같은 팽창을 계속한다면, 이때 호킹 복사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가 우주 배경 복사를 통해 흡수하는 에너지보다 많으므로 블랙홀은 호킹 복사를 통해 빛은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잃어 궁극적으로 우주에서 사라지게 된다. 즉, 블랙홀은 은하의 모든 별을 삼킨 후에 스스로 우주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이후 우주는 블랙홀 대신 빛, 전자, 양전자와 같은 입자들로 채워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블랙홀이 은하 전체를 흡수하기 전에, 또는 호킹 복사를 통하여 사라지기 전에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수축을 한다면 수축 시점과 수축 속도에 따라 블랙홀과 은하의 운명도 달라지게 된다. 한 예로, 우주가 수축을 계속하여 한 점과 같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전혀 다른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질량이 큰 물체는 매우 작은 공간 안에 가두어 둘 수 없다. 좁은 공간에 가두어 두려고 하면 에너지가 너무 커서 어디로 달아날지 모르게 된다. 이 경우에는 블랙홀의 정의 자체가 애매해진다. 상대론과 양자역학으로 정확히 기술할 수 없는 특이 상태에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노력이 초끈이론과 양자중력이론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주는 가속 팽창을 하고 있고, 당분간 가속 팽창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주 먼 미래 우주의 모습은 현재로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창환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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