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은 바이러스-기생충의 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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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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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턴 국가가 질병 체계적인 관리


내년부터 국가에서 운영하는 야생동물병원이 생긴다. 환경부는 “야생동식물보호법 개정안이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며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국가 단위의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가 건립되고 각 시도 등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야생동물 질병연구센터’가 설치, 운영된다.

○ 야생동물 질병관리… 왜?

정부가 법을 개정해 국립, 시도별 야생동물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야생동물의 전염병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 창궐했을 때 정부는 가능한 모든 방역수단을 총동원해 확산을 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부 방역전문가들은 그 이유가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막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1월 충남 아산에서 발견된 야생기러기 사체에서는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난해 12월 전남 해남군 산이면 철새 도래지인 고천암호 인근 농경지에서 폐사된 채 발견된 가창오리 20여 마리도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계절마다 수백, 수천 마리씩 몰려다니는 야생조류에 의해 AI가 축산농가의 닭 오리에게까지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멧돼지와 노루도 논란이 됐다. 이들의 행동반경은 하룻밤 사이 반경 50km 내외를 오갈 수 있을 정도. 사람이나 차량이 이동하는 경로를 소독하고 통제해도 구제역에 감염된 야생동물이 산을 이용해 장거리로 이동할 경우 구제역을 막을 길이 없었다는 것이 당시 축산농가들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야생동물은 각종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의 숙주 역할을 한다”며 “야생동물의 질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 동물 사체 부검까지… 인간 전염까지 고려

새로 설립되는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는 질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동물 신고를 접수하면 현장 연구팀을 파견해 야생동물 사체를 수거한다. 개정법은 전염성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감염 의심 야생동물은 사냥이 금지된 보호대상일지라도 포획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 내 질병진단팀은 부검을 통해 동물의 혈액 근육 분변 등의 시료를 채취해 △야생동물의 질병 파악 △질병으로 사망한 장소별 분석 △질병 유입, 전파 예측 자료 축적 등의 작업을 벌인다. 질병이 많은 야생동물에게는 인공위성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전염병 발생 원인과 전파 경로를 밝혀내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한다.

환경부는 “전염병에 걸린 야생동물을 분석해 인간에게 전염병이 감염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감염 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의 궁극적인 설립 목표”라고 밝혔다.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간 신체 내 병원균의 61%가 야생동물에게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30년간 발견된 새로운 질병 중 75%가 야생동물에게서 유래됐다. 사향고양이 오소리 너구리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겼을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다. AI 역시 1997년 홍콩에서 첫 인체감염이 발생한 후 전 세계적으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동물과 인간을 동시에 감염시키는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의 확산도 우려되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AI를 비롯해 사스, 뎅기열, 웨스트나일바이러스 감염증 등 200여 종이나 된다.

특히 앞으로는 인수공통감염병이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기존 감염경로를 넘어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된 후 다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확산되는 변종바이러스가 생길 우려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대 5000만 명을 숨지게 한 1918년 스페인 독감과 1968년 홍콩에서 발생해 70만 명 이상을 사망케 한 홍콩 독감이 그 예.

환경부 자연자원과 유태근 사무관은 “전염병이 사람과 동물, 상호 간에 전파되면서 갈수록 치료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에서는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감염되는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국가적 연구가 수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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