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21세기프런티어산업]<中>나는 ‘기술 사냥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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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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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보다 10배 빠른 초전도선 제조
거미에서 단백질 분해효소 발견

박호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무당거미에서 발견한 단백질 분해효소를 이용해 사료 첨가제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제공
박호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무당거미에서 발견한 단백질 분해효소를 이용해 사료 첨가제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제공
두께 0.1mm, 폭 4mm. 카세트테이프 필름처럼 얇은 초전도선은 살짝 구부렸는데도 부드럽게 휘었다. 손을 놓으니 ‘팅’ 하는 소리를 내며 원래 모양으로 돌아갔다. 초전도선 개발업체 서남의 문승현 대표(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단)는 “얇아 보여도 이 한 가닥만 있으면 2400가구가 동시에 사용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며 “유연하고 탄력 있게 만드는 게 기술”이라고 말했다.

초전도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물질의 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현상이다. 초전도 물질로 전선을 만들면 열에 의한 전력 손실이 거의 없어 같은 굵기의 구리 전선보다 170배나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하지만 초전도선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8가지나 되는 금속화합물질을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두께로 층층이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처럼 진공 장비에 넣고 한층 한층 쌓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다.

■ 문승현 서남 대표, 분자배열 규칙적 초전도선 상용화

문 대표는 2009년 새로운 초전도선 제작 방법을 제안했다. 초전도 물질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금속화합물질을 동시에 증발시켜 기판 위에 한꺼번에 덧입히는 방식이다. 다른 전문가들은 회의적이었다. 초전도 물질은 분자 배열에 따라 성능이 수천∼수만 배로 달라지는데, 한꺼번에 쌓다 보면 분자 배열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초전도 물질에 압력을 순식간에 높이는 방식으로 분자 배열을 규칙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올해 4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전도선을 한 시간에 500m 이상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보다도 10배나 빠른 속도다. 서남은 이 기술로 초전도선을 만들어 지난해 7억 원의 매출을 냈다. 서남은 현재 제주도 변전소에 들어가는 초전도 케이블을 개발하기 위한 초전도선 실증 시험을 앞두고 있다.

■ 박호용 연구원, 거미 장내 효소로 사료첨가제 생산

박호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도 연구 결과를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무당거미에서 발견한 미생물 중 단백질 분해 능력이 큰 ‘아라자임’을 제품에 적용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무당거미가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무당거미는 먹이를 잡으면 소화효소를 먹이의 몸속에 찔러 넣는다. 20∼30분이 지나면 먹이의 몸은 껍질만 남기고 흐물흐물해진다. 그는 거미가 단백질 분해 능력이 뛰어난 이유를 밝히기 위해 7년 동안 거미의 장을 절개해 장내 미생물을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거미의 장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온도나 pH 조건, 단백질 종류에 관계없이 단백질 분해를 잘 시키는 효소를 생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승현 서남 대표는 초전도선(아래)을 한 시간에 500m 이상 대량 생산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문승현 서남 대표는 초전도선(아래)을 한 시간에 500m 이상 대량 생산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효소 제조회사인 인섹트바이오텍은 2000년 이 연구 결과를 사들여 동물들의 단백질 소화를 돕는 사료첨가제, 피부 노폐물을 제거하는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인섹트바이오텍은 세계 20개국에 사료첨가제를 수출하고 있다. 또 아라자임 효소를 활용한 화장품을 일본, 브라질 등 외국에 수출해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인섹트바이오텍 구본환 연구개발팀 차장은 “효소는 생장 속도가 빨라서 5mL만 있어도 일주일 만에 20t짜리 배양액을 가득 채운다”며 “사업성이 큰 기술”이라고 말했다. 인섹트바이오텍은 지분의 절반을 받는 조건으로 말레이시아 효소 회사와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공장 설비를 현지에 짓고 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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