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여성, 여성질환 위험 3~4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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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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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포, 性호르몬 균형 깨뜨려 여성암-태아기형 위험에 노출
출산-폐경후 반드시 체중조절을

뚱뚱한 여성이 겪는 고통은 지하철 개찰구를 어렵게 통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비만 여성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유방암 등 여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정상 체중 여성보다 높다. 동아일보DB
뚱뚱한 여성이 겪는 고통은 지하철 개찰구를 어렵게 통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비만 여성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유방암 등 여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정상 체중 여성보다 높다. 동아일보DB
결혼 4년차 주부 김정란 씨(33)는 아직 아기를 갖지 못했다. 김 씨는 164cm 키에 몸무게 61kg으로 주위에서 “통통한 편”이라는 말을 듣는다. 김 씨는 얼마 전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난소가 커지면서 난소 가장자리에 염주 모양의 작은 난포가 10개 이상 생기는 질환이다. 이 질환이 생기면 배란장애와 생리불순으로 정상적인 임신이 어렵게 된다.

○ 불규칙한 생리-불임 등 일으켜

일반적으로 비만인 사람은 정상 체중을 지닌 사람보다 당뇨 발병률은 5배, 고혈압은 3.5배, 통풍은 2.5배, 담석증은 3배로 위험이 커진다. 유방암, 대장암, 간암, 갑상샘암, 신장암 등 각종 암도 비만일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 질환도 비만의 영향을 받는다. 박지현 차움 산부인과 교수는 “비만 여성은 불규칙한 생리, 불임, 무배란,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의 질환에 걸릴 확률이 비만이 아닌 여성에 비해 3, 4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은 비만 여성을 위협한다. 비만 여성에게 증가된 지방세포는 여성 호르몬 분비 축의 변화를 가져와 성호르몬 분비 균형을 깨뜨린다. 호르몬 분비 조절 실패는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 여성 암의 발병률도 높게 만든다. 폐경 후 여성 호르몬을 잘못 투여하면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이 증가하는 원리와 유사하다.

여자 아이가 뚱뚱하면 역시 여성 호르몬 분비가 늘면서 성조숙증이 찾아온다. 여성 호르몬 분비가 늘면 성장이 빨리 멈추고 2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는 것이다. 성인 비만은 지방 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반면, 소아 비만은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나므로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인다.

○ 신생아까지 비만 대물림 가능성

비만 여성은 어렵사리 임신이 되더라도 각종 위험에 노출된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비만 여성은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정상 체중보다 1.9배 더 크다. 또 임신성 당뇨 발병률도 4배 높아지며 고도 비만인 경우 그 위험이 9배까지 증가한다.

비만 산모는 비만을 대물림한다. 비만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는 출생 당시에는 정상 체중이더라도 앞으로 비만이 될 위험이 정상 체중 산모에게서 난 신생아보다 높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비만 산모의 아이는 자궁 내 환경과 출생 후 환경 모두에서 영향을 받는다. 소아 비만인 아이들은 자라서 성인 대사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결국 임신에 성공하기 위해서, 또 임신 후 본인과 아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체중 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임신 중에는 체중 조절이 힘들기 때문에 미리 체중 조절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 출산 후 석 달내 감량 시작해야

여성은 사춘기와 출산 후, 그리고 폐경 후 갑자기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이 중 출산 후와 폐경 후 체중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출산 후 적어도 석 달 이내에 체중 감량을 시작하는 게 좋다. 출산 후 6개월 이상이 지나면 늘어난 체중에 맞춰 몸의 신체 균형이 이뤄지기 때문에 체중 조절이 힘들다. 체중 감량에는 식사 조절과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폐경 후에도 역시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유지하고 골밀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우리 몸은 나이가 들면서 신진대사가 줄어들기 때문에 점점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체중 증가를 방치하면 각종 성인병, 근골격 질환 등이 생기므로 더 많은 관리와 노력을 해야만 정상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윤지연 차움 비만센터 교수는 “체중 증가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 과학적인 체중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못된 방법으로 체중을 줄이면 근육만 줄어드는 요요현상으로 지방이 더 늘기 쉽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필수 영양분은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식사량을 조절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만 비만으로 인한 여성 질환을 막을 수 있다. 비만이 심하다면 체질 개선을 위해 병원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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