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 최근 부딪힐뻔… 우주쓰레기 얼마나 무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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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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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2호 충돌확률, 5호보다 5배 높아”

한국 시간으로 6월 28일 오후 8시 50분. 고도 약 350km에서 지구 상공을 돌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긴급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파편(우주쓰레기)이 초속 10km로 ISS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인 6명은 ISS에 도킹해 있는 소유스 우주선 2대에 황급히 탑승했다. 우주쓰레기와 충돌하기라도 하면 ISS가 손상될 뿐 아니라 우주인의 생명도 위험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우주인들은 소유스를 타고 지구로 귀환해야 한다. 이날 오후 9시 8분. 다행히 우주쓰레기는 ISS 350m 옆으로 비켜갔다.

○ 1mm 우주쓰레기도 초속 10km로 돌진하면 ‘무기’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ISS 우주인에게 대피 명령을 내린 건 이번을 포함해 최근 10년간 두 번뿐이다. NASA는 우주쓰레기가 ISS에 부딪칠 확률이 1만분의 1 이상일 때 우주인에게 대피 명령을 내린다. 이번엔 충돌 확률이 360분의 1로 높은 편이었다.

NASA는 우주쓰레기가 오기 3, 4일 전 충돌 확률을 계산하고 ISS 자체 엔진을 이용해 위치를 바꾸는 방식으로 충돌을 피한다. ISS에 우주왕복선이 도킹해 있으면 우주왕복선의 동력을 이용해 ISS를 밀어내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우주쓰레기와의 충돌을 피한 것만 12번이나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험했다. 불과 15시간 전에야 우주쓰레기 접근 사실을 파악한 탓에 ISS를 움직일 여유가 없었다.

ISS는 우주쓰레기의 위협에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현재 우주에는 길이 10cm가 넘는 우주쓰레기가 1만6000개가량 있다. 1∼10cm 크기의 우주쓰레기는 50만 개쯤 된다. 1cm 미만 우주쓰레기는 1000만 개에 이른다. 인류가 우주 개발을 진행한 54년 동안 4600건의 우주선 발사가 있었다.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 발사로켓의 잔해는 모두 우주쓰레기가 된다.

이들이 ISS에는 공포스러운 ‘무기’가 된다. 1mm짜리 알루미늄 조각이 초속 10km로 돌진한다면 이는 야구공을 시속 450km로 던질 때와 동일한 파괴력을 갖는다. 1983년 0.3mm짜리 페인트 조각이 초속 4km로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앞 유리창에 부딪쳐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기도 했다.

○ 구경 50cm와 2m 광학망원경으로 아리랑, 천리안 철저히 보호

우주쓰레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뿐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우주쓰레기 추적 연구가 활발하다. 자국 위성이 우주쓰레기의 ‘피해자’가 될 수도, 우주쓰레기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15년 지상에 구경 0.5∼1m 광학망원경과 레이더를 설치해 우주쓰레기를 감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내셔널 어젠다 프로젝트(NAP)’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체계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주축이 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공군 등이 참여한다.

최영준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구경 50cm 광학망원경 5기와 구경 2m 광학망원경 1기를 개발해 2016년까지 세계 전역에 설치할 계획”이라며 “구경 2m 광학망원경은 지구 상공 3만6000km에서 움직이는 10cm 크기의 우주쓰레기를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동 항우연 선임연구원은 “2006년 발사한 ‘아리랑 2호’나 올해 9월 올라갈 ‘아리랑 5호’가 머물 저궤도에는 전체 우주쓰레기의 84%가 존재한다”면서 “계산 결과 아리랑 2호가 우주쓰레기와 충돌할 확률이 아리랑 5호보다 5배 높았다”고 말했다. 위성이 우주쓰레기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위성의 엔진을 작동시켜 위치를 옮긴다. 대개 고도를 100∼200m 올린다.

지구 상공 3만6000km에서 활동 중인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에서도 눈을 떼선 안 된다. 올해 2월에는 러시아 군(軍) 통신위성인 ‘라두가 1-7’이 천리안에 수 km까지 접근해 사고가 날 뻔했다. 당시 천리안의 위치를 급히 옮겨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김 연구원은 “정지궤도 위성은 연료를 남겨뒀다가 수명이 다하면 원래 고도에서 150km 이상 더 높은 궤도로 올려 보낸 뒤 영원히 지구 주위를 돌게 한다”면서 “그래야 정지궤도에 빈자리가 만들어지고 충돌 위험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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