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임신-출산… 호르몬따라 감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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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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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여성에게 많은 이유는…

중년여성은 우울증 빈도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이 시기에 폐경기를 맞으면서 사회적 심리적 변화도 겪는다. 동아일보DB
중년여성은 우울증 빈도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이 시기에 폐경기를 맞으면서 사회적 심리적 변화도 겪는다. 동아일보DB
성은 호르몬에 민감하다. 생리주기 변화, 임신, 출산, 폐경이 모두 호르몬에 관련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우울증이 더 많은 이유도 호르몬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 때문. 특히 무덥고 습한 날씨 탓에 식욕을 잃고 무기력해지기 쉬운 여름엔 호르몬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월경부터 출산, 폐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호르몬의 변화로 우울증을 겪을 때는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서 호르몬의 안정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와 우울증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 10대 초경, 너무 이르면 우울증 많아

영국 브리스틀대 캐럴 조이슨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경을 11.5세 이전에 겪으면 13, 14세 때 우울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사춘기는 성호르몬의 분비가 늘어 초경 등의 신체적 변화와 함께 정신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발달시기인데 초경이 너무 빨리 오면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10대 소녀에게 초경은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다. 평생 생리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도 생긴다. 실제로 사춘기 소녀의 20%는 우울증을 경험하는데, 또래보다 초경을 빨리 시작한 여자아이는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1.9배 높다.

이른 초경으로 인한 심리적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과 학교의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초경에 당황할 수 있으나 진정한 여성이 되는 첫걸음이라는 의미를 바로 알려줘 당당함과 자신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때 올바른 성교육도 중요하다.

○ 20대, 생리주기마다 찾아오는 월경전증후군


20대 여성의 절반가량에서 찾아오는 우울증 증세가 월경전증후군(PMS)이다. 생리가 시작되기 5∼10일 전부터 다양한 신체적 감정적 변화가 나타난다.

대개 유방통, 두통, 부종, 하복통 같은 신체적인 증상과 심한 감정기복, 우울함, 집중력 저하, 피로감, 불안함 같은 감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여성은 이를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불안함이 계속되면 월경전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생리기간마다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남모르게 신체적 증상과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겪는다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할 수 있는 먹는 피임약도 증상 호전에 도움을 준다.

○ 30대, 산모를 괴롭히는 산후우울증

산모의 50∼80%가 출산 후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을 경험한다. 뚜렷한 이유 없이 기분이 침체되고 불면증, 불안한 심리적 상태와 함께 식욕이 떨어지거나 몹시 피곤한 신체적 증상이 동반된다. 대개 분만 후 첫 주에 발생한다. 심리적 원인보다는 호르몬 변화가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중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다량 분비되는데, 출산 후 분비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산모의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후에 며칠 정도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은 정상적이다. 하지만 매년 출산 여성의 10∼15%는 정도가 심한 산후우울증을 겪는다. 산후우울증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엄마와 아이 간의 관계뿐 아니라 아이의 인지 능력과 감정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출산 후 정상적인 ‘산후우울’과 질환의 일종인 ‘산후우울증’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예방적 차원에서 산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는 식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 40∼50대, 폐경기 여성, 우울증 발생빈도 높아

폐경기는 성숙기와 노년기의 중간에 있는 중년기에 찾아온다. 인생의 전환점을 겪으면서 신체 변화 이외에 자녀의 결혼과 같은 사회, 심리적 요인으로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면서 자신과 인생을 재평가하는 시기. 다른 연령대보다 중년 여성의 우울증 빈도가 가장 높은 이유도 이런 요인 때문이다. 일부 폐경기 여성은 난소 기능의 저하와 여성 호르몬 분비 감소로 자아, 자존심, 가족 및 사회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폐경기 우울증이나 폐경 증후군은 부족한 에스트로겐을 보충해 주는 호르몬 요법으로 일부 해소할 수 있다.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은 폐경 이후 우울증이 심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르몬 요법은 갱년기 증상인 안면홍조나 식은땀 등 혈관운동신경계 증상이나 불면증, 의욕상실, 감정 변화, 신경과민 같은 정신적인 증상을 완화시킨다.

암을 발생시킨다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호르몬 요법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받는 대체호르몬 요법은 암의 발병 원인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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