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감기의 ‘친밀한’ 관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7일 2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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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불청객 황사는 호흡기와 폐에 나쁜 영향을 줘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심혈관계질환 뇌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다만 이는 추측일 뿐 황사가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는 없었다.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황사가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고 감기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황사가 감기 발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증명한 셈. 연구 결과는 환경 및 대기오염에 관한 세계적 학술 저널 '독성학' 최신호에 나왔다.

실험은 가장 흔한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와 황사가 인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알아보는 식으로 진행했다. 장 교수는 사람의 코 점막에서 상피세포를 얻어내 배양한 뒤 3개의 실험군(황사 미세 먼지에 노출, 리노바이러스에 노출, 리노바이러스에 감염시킨 후 황사 미세 먼지에 노출)으로 나눴다.

실험군 별로 감기 발생에 관련된 염증 매개 물질의 양을 측정했다. 염증 매개 물질은 감기에 걸렸을 때 자기와 똑같은 물질을 많이 만들고 분비량을 늘린다. 복제율과 분비량이 올라가면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수치가 높을수록 증상이 더 심함을 뜻한다.

실험 결과 어떤 것에도 감염되지 않은 코 점막 상피세포에서 염증 매개 물질의 복제율을 100%이라고 봤을 때, 황사에만 노출된 세포에서는 140~175%, 감기바이러스만 노출된 경우는 123~164%를 보였다. 감기 바이러스 감염 후 황사에 노출되면 151~337%로 나타났다.

분비량도 감기 바이러스 감염 후 황사 미세먼지에 노출된 실험군에서 가장 많았다. 또 황사와 감기 바이러스 모두에 노출되면 감기 바이러스에만 노출됐을 때보다 감기 바이러스가 약 27.5 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장 교수는 "호흡기 건강, 특히 감기에 황사가 미치는 악영향이 밝혀졌다. 황사에만 노출되더라도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앓을 수 있고, 감기 환자가 황사에 노출되면 증상이 심해지고 회복이 더뎌지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사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외출할 때 긴 옷을 입고 마스크를 써서 미세 먼지의 침투를 막아야 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유해물질이 잘 배출된다.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먼지를 털어내고 바로 샤워하는 습관이 좋다. 창문으로 먼지가 들어올 수도 있으므로 평소보다 청소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한우신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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