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아하, 이약!]신장암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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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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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텐〉〈넥사바〉〈아피니토〉
‘희귀약’으로 불리던 신장암치료제, 新藥 경쟁체제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60대의 환자가 신장투석을 받고 있다. 신장암은 한국인의 암 발병 중 1.8%를 차지하는 암인데 그 동안 치료제가 희귀한 질병에 속했으나, 새로운 약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의 한 병원에서 60대의 환자가 신장투석을 받고 있다. 신장암은 한국인의 암 발병 중 1.8%를 차지하는 암인데 그 동안 치료제가 희귀한 질병에 속했으나, 새로운 약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0년대 초반 ‘희귀약’으로 분류됐던 신장암 치료제가 최근 잇달아 의약품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화이자의 수텐, 바이엘의 넥사바, 노바티스의 아피니토는 올해 신장암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장암은 세계적으로 매년 2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질환이다. 국내에선 2007년 연간 284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전체 암 발생의 1.8%를 차지한다. 신장암은 신장에 생긴 암으로 80∼90%는 악성 종양에서 비롯된다.》
○스티브 잡스 덕에 유명해진 수텐


화이자가 다중표적항암제로 내놓은 수텐(성분명 수니티닙 말산염)은 미국 정보기술(IT)업체인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 덕에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이 약은 잡스가 앓고 있는 병인 진행성 췌장내분비종양(pNEC) 치료에서도 약효를 인정받았다.

수텐은 위장관기저종양(GIST)의 적응증과 진행성 신장암(RCC)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수텐의 로고는 적에게 포착되지 않으면서 은밀하게 공격을 시도하는 스텔스기를 형상화했다. 표적만을 골라 공격한다는 뜻이다.

2007년 3월 1일 국내 시장에 나온 이 약은 면역치료제 외에 대안이 없었던 말기 신장암 치료에서 생존기간을 2년 이상으로 늘린 약물로 효능을 인정받았다.

2009년 8월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수텐이 전이성 신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26.4개월로 늘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간편한 알약 복용으로 신장암환자의 입원 및 병원방문 횟수를 크게 줄였다.

2010년 1월 기준, 세계 100여 개 국으로 수출된 이 약은 각국의 의료기관과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 9만2000명에게 투여됐다.
○국내 첫 먹는 표적치료제 넥사바


바이엘헬스케어의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토실레이트)는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먹는 신장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복용이 허가됐다.

이 약은 세계 80여 개국에서 신장암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영문 ‘Nexavar’의 NEX가 차세대(Next generation)를 뜻한다.

넥사바도 수텐처럼 다중표적항암제로, 정상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는 물론이고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내피 세포까지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종양의 증식과 혈관 생성을 막아 치료 효과를 높이는 한편, 종전 항암제들이 정상 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쳐 생겼던 탈모, 구토 등의 부작용도 줄였다.

900여 명의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넥사바 복용군과 대조군의 전반적 생존율을 비교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넥사바 투여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종양의 크기가 20% 이상 커지지 않는 기간 또는 종양의 성장 없이 생존하는 기간)은 5.5개월로, 대조군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넥사바는 종전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어 65세 이상의 고령환자나 신기능이 떨어지는 환자, 고혈압이나 당뇨를 갖고 있는 환자들이 자주 찾고 있다.

○기존 치료제 안 듣는 신장암, 아피니토


노바티스가 개발한 표적항암제 아피니토(성분명 에베로리무스)는 종전 1차 치료제인 ‘수니티닙’이나 ‘소라페닙’이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신세포암에 대한 2차 치료제로 나왔다. 1일 1회 복용하는 아피니토는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mTOR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억제해 암세포의 성장과 혈관 생성, 암세포의 신진대사를 차단하는 표적치료 항암제로 자리잡고 있다.

종전 치료제에 실패한 진행성 신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 아피니토로 치료한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4.9개월로, 대조군에 비해 평균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의 발병 원인이 되는 ‘mTOR 단백질’ 억제제인 아피니토는 최근엔 유방암, 위암, 간세포암과 같은 다양한 암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임상 시험과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피니토는 2009년 6월 국내에서 식약청 허가를 받았고 현재 보험급여 등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문학선 한국노바티스 항암제사업부 상무는 “아피니토가 개발되기 전에는 1차 치료제에 실패한 신세포암 환자는 별 다른 치료법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아피니토는 이런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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