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인터넷 중독,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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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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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작년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 12.4%… 어른의 2배”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0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서 청소년의 인터넷중독률은 12.4%로 성인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고위험자도 3만1000명이 늘었다.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 교수팀은 인터넷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은 연간 최대 5조4570억 원으로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 추계액 3조856억 원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만 16세 미만의 인터넷중독자에 의해 발생되는 치료비 등의 사회적 비용은 9000억 원을 넘는다.

○ 인터넷 사용 조절 능력 저하로 성장에 악영향

인터넷 사용 정도를 조절하는 능력이 성인보다 떨어지는 소아청소년기의 경우 육체적 정신적 성장과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인터넷은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 무한대의 자유로움을 경험하게 하며, 인터넷의 익명성은 억제됐던 충동성과 공격성을 발휘하게 만드는 기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중독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로 시간감각의 마비를 들 수 있다. 당사자는 “30분밖에 안 한 것 같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몇 시간 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1분만 더 증후군’도 위험신호다. 조금만 더 하겠다면서 인터넷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하지 않을 때에도 모니터에서 본 장면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라 집중을 방해하는 현상도 인터넷중독의 주요 증상이다.

○ 심한 중독에는 인지행동 치료


정신과 의사들은 인터넷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인지행동 치료는 인터넷중독에 대한 대표적 치료방법이다. 치료 목표는 심리상담 등을 통해 자신의 행위에 따른 결과와 주변 환경을 제대로 인지시키는 것. 하 교수는 “인지행동 치료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인터넷을 갈망하는 욕구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중독으로 인해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충동조절장애가 동반하면 약물치료도 병행한다. 심각한 영양 불균형, 폭력의 반복적 사용 등 증상이 심각하면 입원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이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의정부성모병원 이 교수는 “정부가 만 16세 미만 청소년층에 한해 심야시간대에 인터넷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 제도를 시행하면 인터넷중독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족 치료는 예방에도 활용

최근에는 가족 치료의 필요성이 크게 강조된다. 부모와 자녀 간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인터넷중독이 악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가족 치료는 가족이 함께 참여해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는 가족활동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안동현 한양대 정신과 교수는 “자녀가 인터넷을 할 때 부모가 옆에 있어주는 것, 컴퓨터를 자녀의 방이 아니라 가족 공동의 공간인 거실 등에 두는 것은 인터넷중독 예방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 자녀가 중독되기 전에 인터넷 사용일지를 쓰게 하고 ID와 비밀번호를 부모와 공유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게임도 못하게 하지 말고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인터넷에 중독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방과 후 아이가 집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도록 하지 말고 친구 혹은 친척과 지내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부모와 직접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적더라도 휴대전화 등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아이와의 감정 교류 통로를 늘려야 인터넷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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