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푸는 한방 보따리]소화기능 떨어지는 봄, 냉이-달래가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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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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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의학에서는 봄의 시작을 입춘(立春)으로 본다. 아직 추울 때이지만 우리 몸은 입춘이 지나면 변하기 시작한다.

봄이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소화기능의 저하다. 입춘이 지나기 시작하면 소화가 안 되거나 속이 쓰려 내원하는 환자가 많아진다. 소화와 관계된 부수적인 증상인 두통과 어지럼증, 변비나 설사 등을 호소하는 환자도 나타난다. 봄이 되면서 목(木)의 기운이 왕성해지면서 토(土)의 기운 즉 비위기능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과로를 많이 했거나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런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이때 봄나물을 먹으면 좋다. 대표적인 것이 제채(薺菜), 즉 냉이인데 비위를 건강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는 작용과 눈을 맑게 하는 작용이 있다. 달래도 역시 좋은데 몸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고 배가 차다고 느끼는 사람이 소화력이 떨어질 때 먹으면 좋다. 하지만 달래는 열이 있는 사람이 많이 먹으면 도리어 속이 쓰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력감과 피로가 몰려오는 춘곤증은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3월 초부터 많이 나타난다. 팔다리의 무력감, 피로, 나른함, 심하면 숨참, 온몸이 쑤시고 아픈 증상도 호소한다. 비위기능의 허약과 심폐기능의 적응력 약화가 주된 원인인데 평소 혈압이 낮거나 과로를 많이 하고 체력이 약했던 사람은 이런 증상이 심하다.

춘곤증에는 굴이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굴을 모려육(牡蠣肉)이라고 부르고 ‘보양(補養)하는 성질이 있어 허로를 보하고 주독을 잘 풀며 살결을 곱게 하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춘곤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라면 ‘질환’으로 봐야 한다. 그냥 ‘봄이니까’ 하고 넘기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주로 비위기능을 좋게 하고 기운을 나게 하며 지나치게 항진된 기능을 안정시켜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약 20∼40첩이면 완치되며 가벼운 경우는 침 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입춘이 지나면 봄기운이 가지와 잎으로 올라가는 승발지기(承發之氣)가 작용한다. 아이들의 키가 크지 않아서 고민한다면 이 시기에 한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크다. 입춘에서 입하(立夏) 사이에 성장에 도움을 주는 녹용, 녹각, 두충, 구기자 등이 들어간 한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나무가 위로 쑥쑥 크듯 성장에 도움을 준다.

최준영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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