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물로 보지마!… ‘스마트 워터 그리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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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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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관 관리도 이젠 컴퓨터로

《오전 7시. 양치를 하려고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았다. 걱정도 잠시,이내 ‘신정동 수도관 이상, 1분 뒤 복구 예정’이라는 문자가 왔다. 같은 시간 서울시 상수도 관리센터에는 경고음이 울렸다. 수도관에 장착된 실시간 관측 센서가 동파로 인한 누수를 알린 것이다.아직 담당 직원이 출근하기 전이지만 관제 컴퓨터는 신정동까지 연결되는 수도관망을 계산해 단수 지역을 파악하고 동파 지역을 우회하는 비상수로를 열었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총 1분. 주민들에게는 이미 안내 문자가 전송됐다.》

가상 상황이지만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2∼3년 뒤면 대부분의 집에서 이처럼 ‘스마트’한 물관리가 가능해진다. 이달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폐막한 ‘2011 워터 앤드 테크(Water & Tech)’ 심포지엄에서는 2년 뒤 평택, 파주, 제주 등 실제 도시에 적용될 ‘스마트 워터 그리드’ 기술이 발표됐다.

○ 수도관에 센서 붙여 컴퓨터로 통합 관리


스마트 워터 그리드는 전자기기와 통신 기술을 활용해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정보기술(IT)로 전력의 손실과 소비를 줄이는 ‘스마트 그리드’의 후속 버전인 셈이다. IT를 이용해 상수관망을 관측하는 기술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스마트 워터 그리드는 여기에 ‘그리드(인터넷망)’라는 개념을 더했다. 수도관 수천 개를 하나의 네트워크 개념으로 통합하고 전체 네트워크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각각의 수도관을 관리한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 사업단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누수저감 최적운영시스템’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하나의 관제 컴퓨터가 시 규모의 지역 수도관 정보를 통합해 관리한다.

수도관 중간에는 유량, 수질, 유수율(물 공급량과 수도 요금의 비율) 등을 관측하는 센서가 설치돼 있어 수도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제 컴퓨터에 전송한다. 동파로 누수가 잦은 지역에는 수도관에 구리선이 감겨 있다. 추위에 수도관이 파손되면 구리선이 끊어져 사고 지점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유량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구리선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하면 시스템은 사고 지점과 연결된 모든 수도관을 고려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누수 정도가 미미한 경우에는 무조건 수도관을 수리하기보다는 일단 연결된 수도관의 수압을 낮춘다. 새는 물을 줄인 뒤 차후에 수리하는 방법이다. 반대로 파손된 수도관이 여러 가구에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수도관인 경우 비상 관로를 열어 해당 지점을 우회하는 물길을 만든다.

구 교수는 “현재 김포시와 아산 신도시 같은 도시에 시스템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며 “통합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소비자들은 누수로 인한 손해를 줄이고 공급자는 적은 비용으로 물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로봇 이용해 수도관 이상 유무 파악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은 상수관망에 직접 로봇을 넣어 수도관의 내부 상태까지 통합해 관리하는 ‘관망진단시스템’을 발표했다. 건기연은 2008년부터 서울 강남구 등에 관망진단시스템에 사용되는 ‘관망진단 로봇’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관망진단 로봇은 카메라와 간단한 수리용 장비가 장착돼 누수가 발견되면 직접 수리할 수도 있다. 수도관 내 부식된 부분을 제거하는 데도 용이하다. 지름이 20∼80cm까지 다양해 수도관의 크기에 맞춰 사용할 수 있으며 수도관에서 이동할 때는 물이 흘러가는 힘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력도 많이 소비하지 않는다.

곽필재 건기연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적은 수의 로봇이 서로 소통하며 수도관망이라는 네트워크에서 움직이게 해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 스마트 워터 그리드 ::

전자기기와 통신기술을 활용해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수도관 여러 개를 하나의 네트워크(그리드)로 엮어 전체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각각의 수도관을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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